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마을만들기와 어린이 도시기획가들

안양똑딱이 2016. 6. 3. 17:21
[소명식]마을만들기와 어린이 도시기획가들

[2007/02/09]건축사·대림대 겸임교수


 

마을만들기와 어린이 도시기획가들

■ 어린이 활빈당을 조직하여보자

지금 안양시 전역에는 머리에 두건을 메고 짚신을 싶고 목검을 등에 찬 어린무사들이 날쌔게 마을 이곳 저곳을 누비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들의 정찰 표적지는 마을에 독거노인이 살고 있는 집들,소년 소녀가장의 집들, 외짝부모 또는 친척과 살고 있는 어린이의 집들, 그리고 가난한 외국노동자들의 집들이었다.

그 들의 가슴에는 활빈당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그들로 말하자면 400백 년 전에 썩은 탐관오리와 양반들의 재산을 거둬들여서 가난한 서민들에게 나눠주어 서민들에게는 구원자로 중앙정부에는 골치 아픈 자로 한때 지명수배까지 받아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홍길동이란 자가 우두머리로 있는 활빈당의 조직원들이었다.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던 이 들이 400백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제 그들은 중앙정부의 지명수배가 되어 감시를 받았던 좋은 일을 하면서도 숨어 다녀야 했던 그 시절의 활빈당 조직원들이 아니라 지방자치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400년 전 그들이 함께 이루려고 애썼던 살기 좋은 율도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어린이 활빈당들에게는 불우이웃을 찾는 임무외에 마을의 어린이와 노인분들의 외출할 때 불편을 주는 장애물들을 조사하는 수색조도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활동의 결과를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분석해서 어려운 친구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어린이와 주민들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마을의 시설(도로, 장애인 및 노약자시설, 놀이터 등)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걸 또는 보이스카웃 제도를 대신해서 한국에 정서에 맞는 홍길동과 활빈당조직을 활용한다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생길 터이고 주기적으로 시에서 동단위의 모범 활빈당선발대회라도 개최하게 되면 또 하나의 한류 문화콘텐츠로써 관광자원이 되어 전국 다른시에서 더 나아가 외국 관광객들도 오게 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얻게 돨 것이다.


■ 어린이 사진기자단을 운용하여 보자

우리들 사는 동네에 사진관들이 몇 개씩은 있을 것이다. 또는 사진 동호회도 있을 터이다. 또한 지역 신문사들도 몇 개 운영되어지고 있다. 그리고 시에서 지원을 받는 예총산하 사진협회도 있다.

동단위로 아님 학교 단위로 어린이기자단을 구성하여 상기의 단체들이 자연스럽게 지도단체가 되어준다면 우리는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아니 우리 마을을 바라보는 멋진 기사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린이 기자단이 만들어 진다면 동단위 또는 학교단위로 여러 가지 테마- 예를 들자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마을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마을에 가장 위험한 장소”등의 사진전시회도 정기적으로 열릴 것이고 그러한 사진촬영을 통하여 아이들과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마을의 보존해야할 풍경과 고쳐가야 할 장소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단지 사물적인 것만이 아니라 마을의 경조사와 함께 사는 이야기들을 취재하여 정말 커뮤니케이션이 살아있는 마을 만들기에 지표가 될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 어린이 건축·도시계획 전문가를 양성하자

아이들은 건축가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는 이미 터득하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여러 해를 거쳐 애써 습득한 기초지식들을 우리 어른들이 발전시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망각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생각해보자.

아이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여러가지 경험을 통하여 사물과 공간의 칫수를 습득해 간다. 옛날 아이들과 비교하여 보면 현저하게 많은 학습기구를 통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3차원적인 칫수뿐 아니라 4차원적인 계산마저 경험하는 것이다. 각종 플라스틱 장난감, 리모콘작동 장난감, 퍼즐맞추기, 블록쌓기, 사건의 과거 추적까지 가능한 음성 및 동영상 메모리기계, 3D시뮬레이션 게임기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애써 습득한 고급지식이 막상 체계적으로 다듬어져야 할 시기에 획일적인 학교 학습프로그램에 의해 오히려 멈춰버리고 망각되어 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고급 꼬마기술자들을 마을만들기에 십분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함께 마을을 조사하여 마을에 관한 자연환경적, 인문환경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른전문가들이 건축 모형만들기의 약간의 테크닉만 가르쳐 준다면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창조해낼 수 없는 새로운 건물형태가, 도시만들기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안양의 도시만들기가 다른 도시로부터 벤치마킹되어지는 도시가 될 것이며 이 아이들중에 누군가는 앞으로 한국의 르 꼬르뷔지에나 케빈 린치 같은 도시계획가가 될 것이다.

2007-02-09 20:4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