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진기록/동네탐사

[탐사9]안양8동 옛 안양경찰서 건물(2013.04.06)

안양똑딱이 2017. 5. 16. 07:00

 

안양기억찾기탐사대 아홉번째 탐사로 2013년 4월 6일 옛 안양경찰서 건물을 안양시의 협조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어렵게 찾은 안양경찰의 역사를 보면 1945년 10월 21일 안양읍 안양리(당시 금성방직 자리. 현 안양2동)에 처음 개서하고는 이어 1950년대 시흥군청, 안양읍사무소, 의용소방대 등과 함께 안양읍 안양리(현 안양1번가)에 자리하게 됩니다.
이후 안양경찰서는 1973년 7월 시흥군 안양읍이 안양시로 승격되면서 안양6동에 관공서들이 마련되자 안양시청(현재의 만안구청), 시흥군청(현재의 만안여성화관) 등과 함께 이전한 것이 사진첩속 모습입니다. 안양경찰서는 1990년대 말 안양 동안구에 평촌 신도시 건설되고 관공서의 평촌시대를 시작하면서 1999년 11월 3일 평촌에 새청사를 짓고 다시 이전합니다.
옛 안양경찰서 건물과 부지의 이용은 참으로 많은 변화를 합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그 용도가 안양경찰서-아산시에 매각-안양시 매입- 신필림아트센터-만안경찰서-현재 빈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며 현재도 시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지요.
이 건물이 있는 주소지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 576-1 번지입니다. 부지는 6천372㎡(1,927평)의 일반 상업지역에 속한 요충지로 지난 2000년 현 안양경찰서가 평촌으로 이전하며 경찰중앙학교로 인계되고 경찰청이 충남 아산시와의 토지 맞교환으로 아산시 소유가 된 것을 안양시가 아파트 건립 등 난개발 방지를 위해 2001년 12월 안양시가 5년분활 상환 조건으로 105억6처만원에 매입합니다(2007년 공시지가로는 154억, 시세로는 300억 안팍)
안양시는 이후 부지 활용방안을 찾다가 지난 2003년 신상옥 감독과 영화배우 최은희씨, 성결대와의 협약을 통해 '안양신필림예술센터'로 임대를 내줍니다.
당시 신 감독은 안양시와 함께 안양영화촬영소 회고전을 시작으로 석산 일대의 '징기스칸'촬영세트건설, 문예회관을 '셰익스피어극장'으로 운영계획, 영화박물관 건립 등을 꿈꾸었으나 특혜시비 논란속에 운영난 마져 겹치며 2006년 2월까지 운영하다 부지와 건물을 안양시에 반환하고 떠나지요.
안양시는 1960-60년대 석수동에 자리했던 동양최대의 영화찰영소(수도영화사-안양영화사-신필림)의 역사와 흔적을 시의 정체성으로 살리는 '아트시티' 측면에서 과거의 영화도시적 후광을 되살리기 위해 신 감독 부부를 영입했으나 한국 영화시장의 시대적 변화와 장기적인 종합계획 수립이 먼저 선행됐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 안양시는 이 곳을 돌려받은 후 활용방안으로 방송영상센터를 모색합니다. 이에 지난 2007년 8월 방송영상산업 활용방안을 의회에 상정했지만 부결되며 흐지부지되고는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채 장기간 문을 닫습니다.
장기간 문이 닫혀있던 이 공간은 다시 경찰이 사용하게 됩니다. 지난 2010년 7월 23일 만안경찰서가 개서했으나 공간이 없어 신청사 준공까지 임시청사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청은 이 건물을 안양시로 부터 무상임대받아 12억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해 임시청사로 사용하게 됩니다.
만안경찰서는 2010년 5월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 578-8번지(냉천로 63번길)에 신 청사 신축공사에 착공합니다. 총사업비는 310억 원에 대지면적 12,151㎡(3,676평), 연면적 15,549㎡(4,704평)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2011년 6월 27일 존공식을 갖지요. 앞에서 5월말 경찰은 이곳 건물에서 이삿짐을 싸 옮깁니다.
그동안 안양시는 공공시설이나 공원 등을 새로 조성해 오면서 문화유산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시설들은 무조건, 몽땅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삼덕제지의 오래된 굴뚝과 건물을 몽땅 허물고 조성한 삼덕공원, 엣 가축위생시험소의 흔적 한점 남기지 않고 조성한 명학공원이 그렇지요.
더욱이 안양일번가 길비집으로 사용해 오던 한옥을 완전 분해 해체한 후 서이면사무소로 변신시킨 것은 참으로 기가 찹니다. 안양옥에는 분명 조선기와가 얹혀져 있었는데 몽땅 없어지고 양기와가 얹혀져 있으며, 부자재는 합판 투성이를 사용했음에도 문화재자료라고 지정을 받았으니 참 생뚱 맞은 이야기이지요.
빨리빨리와 효율성만을 숭상하는 안양시는 그동안 제대로 민의 수렴도 거치지 않고 참으로 많은 것을 빨리도 허물고 없애 왔습니다. 일본 도쿄의 록본기 힐의 경우 계획을 세우고 건설에 이르기까지 총 17년이 걸리고 시민 의견 수렴에만 1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 안양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노력은 시간과 효율이 아니라 이해가 다른 다양한 시민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 이것이 공공성의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안양경찰서의 활용방안을 놓고 ‘맞벌이부부를 위한 보육시설’을 만들자거나 ‘주차시설’, ‘시민미디어센터’, ‘공공디자인센터’ 등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고 인근 대학교에서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요.
현재 안양시는 2014년 지방으로 이전함에 따라 시가 매입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지의 활용방안과 함께 용역을 주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궁금해 지네요.

안양시사에 기록된 안양경찰서 건축물 이야기
안양읍이 1973년 시로 승격하여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을 이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현대식 새로운 청사들을 지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시청과 경찰서 건물이다. 본 경찰서 건물은 본관과 민원실, 전투경찰 숙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관은 중복도형으로 사무실과 취조실 그리고 이어져 있는 유치장이 있다. 1층의 출입구 차양은 당시의 관공서 건물로서는 단순하게 처리하고 지면과 현관 바닥의 높이 차이를 줄여서 권위적인 요소를 상당히 많이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2층의 정면(남쪽)에 설치한 창은 옆으로 긴 띠 창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각 경간(徑間)마다 가림 벽을 돌출시켜 단조로움을 깨고 있다. 중앙 현관에서 뒤편으로 바로 이어지는 유치장은 부채꼴 평면으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 감시실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유치실 각 방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시선은 중앙에서 각 방으로 틔어있지만 복도로 부채꼴의 넓은 변 방향, 즉 바깥쪽에 띠 모양으로 연결시켜 각 실의 독립성이 확보되도록 동선 처리를하였다. 중앙감시실의 지붕을 유치장의 지붕보다 높게 하고 그 사이에 높은 창을 두어 감시실 쪽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배려하였다.
1999년 안양시청사와 경찰서를 신축하면서 이 건물의 사후 용도를 모색하던 중, 영화 관련 시설을 유치하게 되었다. 과거의 안양영화촬영소 등 영화 관련 시설과 안양시의 연관성을 근거로 안양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한때 운영하였던 신상옥 영화감독이 임대하여 기존 구조물들을 활용한‘안양신필름예술센터’로 사용하게 되었다. 기존 본관의 사무실 등은 예술센터의 사무실, 강의실 등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본관 뒤에 이어져 있는 유치장의 활용 방법이다. 유치장의 중앙감시실은 공연연습장으로, 각 유치장은 소품창고와 분장실로 사용하였다. 대지의 뒤에 있는 전투경찰 숙소와 체련단련장도 개조하여 무용연습실과 녹음실, 실내악 연주실 등으로 활용하였다.
구 안양경찰서의 변신은 건설 자재의 자투리를 활용하여 저렴한 건축과 리모델링 분야에서 좋은 사례를 많이 남긴 바 있는 건축가 최승원의 열정과 자상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건물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구도심 재활성화 사업 때문에 근대 건축물들이 철거되는 예가 빈번한 상황에서, 그 유구를 치워 버리지 않고 현재의 용도에 맞게 활용한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민원실은 본관과 독립하여 정문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단층 건물이라 본관 사무실 및 취조실 등을 일반 민원인으로부터 분리하여 경찰서 본연의 보안 업무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본관의 뒤편에는 전투경찰 숙소와 체력단련장 건물이 2층으로 서 있다. 체력단련장은 넓은 면적과 높은 층고를 가지고 있고 숙소 부분은 잘 활용하여 현재 무용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경찰서의 정문 수위실 또한 본관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여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모양으로 되어 있다. 대지의 경사를 이용하여 도로변의 높은 쪽에 안내 창구를 두고 낮은 쪽에 반지하를 두어 부속실을 마련하였으며, 정육면체의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조형성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2월 28일 현재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위하여 잠시 비워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