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진기록/동네탐사

[탐사4]안양 만안교, 원태우의사, 안양천대보름축제(2013.04.23)

안양똑딱이 2017. 5. 16. 00:52

 

1년에 단 하루 남녀노소가 모여 도심 한복판에서 장작불을 지피우고, 벌겋게 달은 쥐불 깡통을 돌리면서 마음껏 불장난(?)을 할 수 있는 날이 있다. 희망과 밝음의 상징인 보름달을 보며 달집에 액운을 태워보내는 정월대보름이 바로 그날이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2월 22일 '2013 안양대보름축제'가 안양시 박달동 박석교 일대 안양천변에서 펼쳐졌다.
안양 대보름축제는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안양지부가 처음 기획하여 2004년 '희망맞이-안영천대보름축제'란 타이틀로 처음 연 것을 시작으로 매년 열어 금년이 10회째로 수도권 최대의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금년에는 민예총 단체의 사정으로 안양문화원이 주최.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행사의 서막은 오후 3시30분 정조대왕 능행차시 건넜던 만안교에서 안양 전통민속인 만안답교놀이를 시작으로 길놀이, 마당놀이, 선소리꾼놀이, 대동놀이, 다리밟기, 줄다리기 등의 재현을 통해 공동체를 다지는 형식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놀이마당에서는 대보름축제 축하 식전 행사에 이어 오후 5시 개막식이 진행되고, 식후 행사에 이어 달집테우기 등의 순으로 펼쳐졌다.
또 행사장 한쪽에는 먹거리장터와, 안양막걸리(다른 술은 안팔아요), 각종 체험부스 등이 마련돼 참석자들이 민속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차분하다 못해 행사장이 썰렁했다. 해마다 5-8천여명이 시민들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금년에는 넉넉하게 어림잡아도 2천여명에 불과했으니, 행사를 첫 주최한 문화원으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보름축제의 멋은 어둠이 깔리며 펼쳐진다. 천변에 쌓은 나무에 불이 피어 오르고, 불씨가 담겨진 깡통이 벌겋게 타올라 둥근 원을 그리며 돌아가면서 중장년들은 동심으로, 어린이들은 신기함에 젖어 비로서 불장난이 시작되기 때문.
하지만 천변에 쥐불용 장작이 준비되지 않아 불을 지펴 깡통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가 없어 답집을 태우고 남은 불씨를 가져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만안답교놀이가 열린 만안교도 마찬가지다. 주최측 관계자와 출연자들, 자원봉사자들외에 관람객은 고작 50여명 남짓이다. 주최측은 정월대보름축제의 주여 행사로 만안답교놀이를 손꼽았다. 홍보 부족탓이라 하기엔 실망스러운 것이다.
대보름축제 행사장도 바닥공사를 진행하던 곳에 임시방편으로 가림막천을 깔아놓았으나 울툴불툴에 질벅거릭까지... 보행에 어려워넘어지는 사람도 속출했다.
소망 글들이 빼곡히 매달려 불에 타면서 새해의 소원 성취를 기원하게 된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신명나야 할 축제가 마치 김빠진 맥주처럼 밍밍한 것이 도무지 흥을 찾아볼 수 없으니 새롭게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는 의전과 의레적인 행사는 결국 실패작이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한 사진작가는 "아니안양천 대보름 행사가 왜 초라해졌어요. 매년 이곳에 사진 찍으러 멋지 장면이 많았는데 작품감이 보이질 않는다"며 동료에게 쥐불 깡통을 돌리라고 하는는 사진을 찍는 연출을 하기에 바빴다.
명성을 날리던 대보름축제가 갑작스럽게 초라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민간주도행사가 반 관 주도 행사로 넘아가는 과정의 영향도 있겠고, 행사 프로그램의 변화도 있겟고, 홍보 부족탓도 있으리.. 문제를 보완해 신명나는 2014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