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청사 1층 홀 국제·국내 자매도시 기념품 진열장 속에는 한 척의 배 모형이 있다. 해상초계 및 대공전투 임무를 띠고 1983년 취역해 28년간 바다를 지키다 2011년 9월 28일 전역식을 갖고 퇴역한 우리 해군의 동해급 마지막 초계함(PCC-755) '안양함'이다.
이 안양함이 2014년 7월30일 경남 창원시 진행군항 부두에서 양도 기념식을 갖고 콜롬비아로 시집을 갔다. 콜롬비아 해양에서 불법 마약거래 근절과 해상환경 보호 등 콜롬비아의 바다를 지키는 새 임무를 위해 우리 군이 해외에 양도하는 첫 초계함급 군함이 됐다.
이는 콜롬비아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호위함과 병력 5천100명을 파병한 중남미 유일의 6·25참전국으로 212명의 콜롬비아 장병들이 희생됐다.
한국과 콜롬비아는 지난 2013년 7월 23일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과 콜롬비아 국방부 사무총장 간에 안양함을 콜롬비아에 인도하는 양도약정서에 서명한 데 이어 해군에서 퇴역한 이후 작전사 전비전대에 예속돼 예비역 장병들의 훈련함으로 함정 실습에 운용되어 왔던 안양함은 양도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초까지 약 9개월간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의 군직정비와 콜롬비아가 주도하는 외주정비를 실시했다.
또 2014년 4월부터 약 4개월간은 안양함을 인수하는 인수함장 꾸비죠스(Cubillos) 대령 등 예비 승조원 및 정비요원 70여명이 모두 우리나라에 들어와 해군작전사 전비전대와 군수사 정비창으로부터 양도함정의 정비 및 운용을 위한 각종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기념식후 안양함은 콜롬비아의 독립운동가(Antonio Nari?o) 이름을 따 나리뇨(Nari?o)함으로 새롭게 명명돼 출항 항속식을 가진 후 진해를 떠나 태평양 건너 미국, 멕시코 등을 경유하여 9월말 콜롬비아에 도착하는 긴 여정에 올랐다.
국산 초계함이 림팩(RIMPAC) 훈련 참가 차 하와이까지 항해한 실적은 있지만 태평양을 횡단해 남미 대륙까지 장거리를 항해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리뇨함에는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군무원 3명이 편승해 본국에 도착할 때까지 정비를 지원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함정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관례속에 우리 해군도 잠수함에는 유명한 수군(水軍) 장수들 이름(장보고함, 최무선함 등), 구축함에는 역대 왕 및 장군(광개토대왕함, 충무공 이순신함 등), 호위함은 광역 시.도(울산함, 서울함, 전남함, 경북함 등), 초계함에는 도시(동해함, 수원함, 포항함 등), 지원함에는 호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안양함(PCC-755)은 해군 최초의 초계전투함 PCC 1차 동해급(코르베트함) 4척중 하나로 1983년 6월에 건조된 후 지자체 도시명을 명명하는 관례에 따라 그해 11월 15일 안양함으로 명명 취역하였으며 이후 해군 3함대에 소속돼 남방해상의 경비와 대간첩작전, 탐색구조작전, 연합훈련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28년간 우리 영해를 완벽히 수호했다.
해군 동해급 함정의 주임무는 연안초계 활동과 고속정 부대를 지휘하는 기함역할로 우리나라의 함정건조 기술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대한조선공사(現 한진조선), 대우조선, 현대조선, 코리아 타코마에서 각각 1척씩 만든 전투함으로 동해함(PCC-751), 수원함(PCC-752), 강릉함(PCC-753), 그리고 안양함(PCC-755) 등이 취역했다.
안양함의 제원을 들여다 보면 길이 78.5m, 높이 10m, 폭 2.6m, 만재배수량 1,076톤, 최고속력 32노트이며 약 100여명의 승조원이 근무했다. 고속정을 제외한 해군 전투함중에서 크기는 가장 작지만 대공방어용 미사일과 이탈리아제 76밀리 함포 1문, 스웨덴 보포스 40밀리포 1문, 미국제 에머슨 쌍열 기관포 2문 등을 장착하고 명중률이 꽤 높았다.
또 해군 자료에 따르면 안양함은 2008년 국제관함식에 참가해 우리 해군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동안 25명의 함장을 배출했으며 지금까지 5명의 함장이 장성으로 진급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해양을 지켜온 동해급 함정은 퇴역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 6월 동해함(PCC-751)에 이어 2010년 6월 수원함(PCC-752)과 강릉함(PCC-753)이 퇴역하고 2011년 마지막으로 안양함(PCC-755)이 전역함에 따라 해군 함정 목록에서 모두 지워졌다.
함정에 자치단체 명칭이 부여되면 함정과 해당 도시는 자매결연을 맺고 공무원 및 시민들이 함정을 방문해 위문 격려하고, 역으로 장병들이 지자체 주요행사에 참석하거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하면서 우정을 돈독히 하기도 하지만 교류가 소원한 경우도 있다.
안양함은 지자체 도시명을 명명하는 관례에 따라 안양함으로 명명돼 1984년 11월 15일 안양시와 자매결연식을 통해 연을 맺은 이후 안양시 공무원을 비롯 시 산하 기관, 단체, 학교에서 위문가고 안양함 승무원들이 안양시를 찾는 등 적지않은 교류를 해왔다. 안양시 자료에 의하면 시에서는 그동안 모두 7번을 안양함을 찾았다.
안양함 승무원들도 지난 2006년 6월 안양 빚진자들의 집을 찾아 자원봉사와 집수리 활동에 나서고 2007년 4월에는 안양함 간부 장교들이 안양시와 의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안양함 정박지가 멀리 부산과 영암이었기에 찾아가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
안양함 전역 소식은 지난 2011년 9월 27일 안양함장(이영오 중령)이 안양시를 방문해 통보함에 따라 알려졌다. 이 함장은 그동안의 교류에 감사를 전하면서 안양함 전역으로 자매결연 유지가 어렵다는 설명을 하고, 자매결연 절연서에 서명했다.
안양함 전역식에는 안양시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는데 한 공무원은 "안양함이 취역하면서 게양했던 취역기가 내려지는 순간 코끝이 찡해 오는게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내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감정을 말했었다.
안양시가 새로운 함정과 자매결연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군이 지자체 명칭으로 명명하는 중형급 함정 건조 대신 최신 이지스(AEGIS)함과 한국형구축함 건조에 주력하고, 각 지자체들의 인연 맺기가 줄을 섰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안양함의 콜롬비아 양도에 앞서 안양함을 기억하기 위해 안양함의 첫 모습인 진수식 영상(http://www.youtube.com/watch?v=WDSxXRAhaxA&feature=player_embedded)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제 새로운 임무 수행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 콜롬비아로 시잡간 안양함…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안양함의 앞으로 행보에도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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