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도서 #선물 #이온서가
4월 어느날 한통의 메일이 왔다. 안양지역도시기록연구소 웹사이트에 올려진 안양 그린힐화재 사건 글을 보고 책 한권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후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책 한권이 들어있다. 이온소가 출판사에서 펴낸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분 2025년 수상작이며 '국제 여성의 날' 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소개돼 있고 그린힐 화재사건이 오버랩으로 그려지면서 왠지 책 비닐을 뜯기가 쉽지 않았다.
책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는 여성으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냈던 이탈리아의 여성운동가 세레나 발리스타가 글을 썼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소니아 마리아루체 포센티니가 그림을 그렸다. 그림책에 주어지는 세계적 권위의 상인 2025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여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선물하는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11년 뉴욕 맨해튼에서 일어난, 여성 노동자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의류 공장의 화재를 다룬 이야기이다.
책은 1911년 3월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발생한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 18분 만에 129명이 여성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로, 희생자 대부분이 이탈리아와 동유럽 출신의 젊은 여성 이민자들이었다.
사장은 불이 나자 탈출하지만, 노동력 착취를 위해 공장문은 늘 잠겨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화마에, 혹은 뛰어내려 추락으로 사망한다. (사건이 안양에서 발생했던 그린힐화재와 비슷하다)
탈출구가 막힌 불길 속에서 창문으로 몸을 던져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끔찍한 비극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이후 여성 노동운동의 대전환을 이끈 촉매가 됐다.
발리스타는 이 사건을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으로 풀어낸다. 여성 노동자들이 만들어야 했던 한 벌의 블라우스가 화재 목격자가 돼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연대, 비극을 증언한다.
실존 인물인 '로즈'라는 이름의 두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동명인 두 사람은 먼 타국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이 되어주었고,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증언에도 함께 앞장섰다. 1908년 3월 8일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에 여성으로서 최초로 가입해 목소리를 낸 이들의 용기는 여성 노동운동의 시발점으로 기록돼 100년이 넘도록 기념되고 있다.
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포센티니의 그림도 흑백의 강렬한 명암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화려함보다 절제된 선으로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노블'과 '일러스트북'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을 앞세운 책은 최근 아동도서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두 로즈는, 빵과 장미 둘 다 원했습니다. 그래서 둘은 남자들만 있는 노동조합에 최초로 가입했고 그때부터 3월 8일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위한 날이 되었습니다."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가 보여주는 세상은 잔혹하다.
그러나 그 잔혹한 세상 속에서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 존재들, 두 로즈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여성도 노동 조합에 가입하고 세계 여성의 날이 만들어지기까지 두 명의 “로즈” 와 불길속에 사라져 간 많은 “로즈”들이 있었다.
-안양 그린힐화재 사건 관련 글 보기-
[20250423]안양 그린힐화재 원인 분석 영상(1988.03.25. KBS)
[20231013]22명 여성노동자 숨진 안양 그린힐 봉제공장 화재 기록
[옛신문]22명 생명 앗아가 안양 그린힐 화재(1988.03.25.)
[20220104]1988년 안양에서 발생한 그린힐참사대책보고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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