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9 29

[임희택]어릴적 추억과기억속의 화수분 논(2023.04.21)

범고개에서 친목동으로 넘어가는 곳에 정수장이 생겼고 그 아래로 안산가는 고속도로 고가다리 밑에 나 국민학교 1학년 무렵에 살던 집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좁은 마당 끝에는 무궁화나무가 서너 그루 있었고 그 너머로는 거머리가 득실거리는 논이었다. 일명 미나리꽝. 엎드려 팔 하나를 넣으면 거머리 한두마리가 득달같이 달라붙는데 살을 뚫기 전에 잽싸게 뜯어내어 손바닥에 때굴때굴 굴리면서 뒷집 미숙이한테 '야, 니네 집에 그거 핸들 좀 가져와.' 하면 미숙이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여자들 아이샤도 바르는 솔 손잡이를 몇개 가져왔다. 이쑤시개보다는 약간 큰 그 프라스틱을 거머리 똥구녕부터 밀어 넣으면 거꾸로 홀랑 뒤집어 지는데 그걸 무궁화 나무 옆에 세워놓아 말리곤 하였다. 우리집에서 안동네..

[임희택]안양 박달리지역 옛지명 더푼물과 범고개 오류(2018.04.13)

어쨌거나 봄 꽃은 개나리 진달래다. 범고개 주막거리 집을 나와서 안서국민학교까지 가는 고갯길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개나리... 지금은 쓰레기적환장 담벼락이 대신하고 있다. 이 계절이면 풋풋한 꽃내가 반겨줬었는데... 지금은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고갯길 마루에 있는 마을이 더푼물... 그런데 지금은 범고개를 호현마을이라고 왜식인지 중국식인지로 쓰고 더푼물을 범고개라고 부른댄다. 하여간 의식 없는 것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

[임희택]안양 박달리지역 옛지명 더푼물과 범고개 오류(2018.04.13)

어쨌거나 봄 꽃은 개나리 진달래다. 범고개 주막거리 집을 나와서 안서국민학교까지 가는 고갯길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개나리... 지금은 쓰레기적환장 담벼락이 대신하고 있다. 이 계절이면 풋풋한 꽃내가 반겨줬었는데... 지금은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 고갯길 마루에 있는 마을이 더푼물... 그런데 지금은 범고개를 호현마을이라고 왜식인지 중국식인지로 쓰고 더푼물을 범고개라고 부른댄다. 하여간 의식 없는 것들....

[임희택]안양 박달리 범고개에서 인덕원 안양동중 등하교(2022.06.09)

구녕 1 범고개 촌에서 국민학교를 마치고 뺑뺑이를 돌려서 중학교엘 가는데 연분홍 구슬. 인덕원에 있는 안양동중(현 신성중)으로 떨어졌다. 앞에는 조수가 떠밀고 뒤에는 차장이 떠밀어 올리는 버얼건 소신여객 시외버스를 공장 다니는 동네 누나들 틈에서 헉헉대며 타고 안양역 시외버스 터미날까지 나와서 과천가는 11번이나 청계가는 12번 버스를 타고 다시 한 번 더 시달리며 등교를 했었다. 하교길은 역순이긴 하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모래먼지 날리는 안양역 앞에서 가끔 약장사가 애들은 가라 하며 효과를 모를 약을 팔던가 혹은 앉아서 구경하는 꼬맹이 불러 세우고 회충약을 먹인 뒤 한바탕 혼자서 아코디안 불며 북치고 장구치다가 꼬맹이 엉덩이를 까고 회충을 한웅큼 잡아내는 걸 보는 일도 재미가 있었고 본백화점 자리..

[임희택]안양 박달리 범고개 주변 옛지명들(2018.09.29)

박달리 범고개. 나 살던 곳. 더 정확히 범고개 주막거리. 논 위로 윗동네. 아래로 아랫동네. 군사격장 가는데 육골. 논 가운데 뉘집 산소 있는 솔밭자리. 큰댁 살던 벌. 큰댁네 집은 이층집. 버스정류장도 그래서 이층집. 고개 위에 더푼물. 벌 밑으로는 솜공장. 쌍7년 수해 때 아까운 젊은 목숨 앗아간 솜공장. 솔밭자리 지나서 돌간산은 학림산. 일직리 저수지 맞은 편에 재경리. 참 그립고 정답던 이름들인데...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

[암희택]안양 더푼물 샘과 머리 두개 달린 뱀(2022.05.10)

범고개에서 더푼물까지 가는 고갯길에는 양쪽으로 개나리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길가가 아주 샛노랗게 꽃장식이 되었었다. 그 개나리숲이 끝나는 무렵, 그러니까 고갯길 정상 무렵 왼쪽으로 더푼물을 들어가는 샛길이 있는데 그 샛길 입구에 어린시절 애들 눈에 제법 큰 향나무가 있었고 그 향나무 아래 작은 옹달샘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 때니 물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아서 고갯길을 오르며 지쳤을 때는 그 물을 마시기도 하였다. 어느날 나보다 두살 적은 고종사촌 지훈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내게로 달려왔다. "형. 더푼물 샘가에서.... 어떤 아저씨가 머리 두개 달린 뱀 잡았다..." "어, 그래?" 그런 뱀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가까운데서 그런 뱀을 잡았다니 호기심이 들었다...

[임희택]안양 더푼물고개와 닭 잡던 날의 씁쓸함(2022.07.05)

어릴 때 키우던 메리가 한 번은 닭을 물고 왔다. 비포장 더푼물 고개를 털털거리며 올라가던 닭차에서 탈출한 놈을 메리가 잡아 물고 온 것이다. 그날 우리도 메리도 닭고기를 먹었다. 집 굴뚝 옆으로 얼기설기 그물망을 엮어서 병아리를 키웠는데 금방 중닭이 되고 어미닭이 되고 그랬다. 그런데 쥐의 소행인지 아니면 족제비의 소행인지 몰라도 가끔 아침에 가슴팍이 뚫려 내장을 쏟아 놓고는 헐떡이는 닭들이 나오곤 했다. 그런 날도 우리는 닭고기를 먹었다. 그 때는 닭잡는 게 참 쉬웠다.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느니 얼른 확... 안양 시내로 이사를 나온 뒤 닭잡을 일이 없었는데 어느날 뒷방 세들어 살던 민정이던가 정이던가 꼬맹이네 엄마가 나를 불러 내다봤더니 닭이 발을 묶인 채 꼬꼬댁 거리고 있었다. 총각. 닭잡아 봤..

[임희택]안양 더푼물 고개와 범고개 그리고 문산옥(2022.07.12)

더푼물 고개를 엔진을 끈 채 달려 내려와 범고개 주막거리에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지무시가 지나가자 문산댁은 하얀 신작로에 물 한대야를 힘차게 끼얹었다. 촤르륵... 한길 건너 문산옥 맞은 편에 까마득히 솟은 미류나무 중턱 어딘가에서 매미가 맴맴 울어댔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부터 술꾼들 둘이 문산옥 가게 바닥에 파묻힌 항아리 뚜껑을 침을 꼴깍 삼키며 넘겨다 보았다. 문산댁이 항아리 뚜껑을 열자 시큼한 막걸리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술꿀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침을 한 번 삼키며 "형수, 거 시원하게 한대접씩 주세요." 한다. 이제 겨우 아침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마친 문산댁은 이른 시간에 술을 청하는 술꾼들은 타박하지도 않고 사람 좋아보이는 눈웃음으로 누런 양은 대접에 가득 담아 한잔씩 건넸..

[임희택]안양 박달동 근명중학교와 대성초자 공장(2023.06.17)

내가 아주 어릴 때 근명중학교는 박달동 벌 산밑에 있었단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어릴 때라 본 기억이 없지만 건물 가운데 떡하니 시계 붙었던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 학교 운동장 길 쪽으로 대성초자라는 마호병 공장이 있었는데 외사촌 형이 거길 다녔었다. 마호병 만들고 남는 유리물로 애들 놀이하는 다마 ㅡ 구슬도 만들었는데 하루는 구슬을 준다기에 공장 구경 삼아 갔었다. 아저씨들은 난닝구바람으로 기다란 파이프에 유리녹은 물을 묻혀 이리 저리 몸을 비틀며 불어서 마호병을 만들고 있는데 날도 덥고 유리 녹이는 용광로도 덥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지도록 온 힘을 다해 파이프를 부는 아저씨들도 덥고... 더운 열기 속에 애들 미끄럼틀을 작게 만든 것 같은 틀에 유리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면 그게 때구르르 굴러서 밑에 ..

[임희택]말이 있던집 도살장자리 경덕이형네 추억(2023.07.09)

말집 안동네 살다가 주막거리로 이사를 나온 뒤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있었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던 그 집이 관심거리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집 아들 경덕이 형때문이었다. 우리집 앞 한길에는 아버지와 청년들이 학림산에서 옮겨다 세워놓은 비석같은 바위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날도 그 바위에 기어 올라갔다 뛰어내리기를 무한반복하고 있었다. 비록 내 키가 작기는 했지만 까치발을 들고 두손을 치켜들어도 꼭대기에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가진 비석바위였는데 시외버스가 지날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속에서도 내 또래 아이들의 기막힌 놀이터 역할을 하였다. 하여간 동인천 가는 버스인지 물왕리 가는 버스인지 먼지 날리며 더푼물 고개쪽으로 올라가고 먼지 뒤에서 마치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탄 이가 짠하고 나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