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도시만들기와 보이지 않는 칫수

안양똑딱이 2016. 7. 11. 16:12
[소명식]도시만들기와 보이지 않는 칫수

[20007/12/14]건축사·대림대 겸임교수

도시만들기와 보이지 않는 칫수

요즈음 입시철이라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말들을 종종 듣곤 한다. 어떤 분들은 자녀를 건축과에 보내고 싶은데 수학이 약해서 걱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과를 공부해야만 건축설계, 도시설계를 전공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주 잘못된 선입견이다. 문학적, 예능적 소질을 가진 아이가 훌륭한 건축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높다. 건축설계·도시설계를 잘 하려면 수학적 칫수가 아니라 문화적 칫수를 잘 가름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과 도시는 공학이 아니고 문화이다

공과대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티·홀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4가지 거리영역을 갖는다고 한다.

우선 ‘밀접거리’(0~45㎝). 이 거리에서는 특별한 사건의 행위가 이루어진다. 이 거리에 들어오면 애무, 격투, 위안, 보호 등의 행위가 일어나는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다.

‘개체거리’(45㎝~1.2m)는 작은 방어영역으로서 인간이 자기와 타인 간에 거리를 유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적인 영역이라고 한다. 옥상에 올라가서 공원이나 운동장에 삼삼오오 무리지어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일정한 개체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 거리 안에 타인들이 접근하게 되면 경계심이 생기게 된다.

‘사회거리’(1.2~3.6m). 이 거리는 지배의 한계점이라고도 하는데 상대방이 서로의 음성 영향권 내에 있어 사회적인 간섭을 받게 되는 거리다.

끝으로 ‘공공거리’(3.6m 이상)는 서로간의 간섭범위 밖에 있게 되는 거리다.
거리체계의 칫수는 동양인과 서양인 그리고 민족과 각기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설계, 도시만들기는 각 나라별로는 물론 같은 나라에서도 지방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때 국제주의 건축이라는 미명하에 동서 구분없이 성행했던 도시개발은 큰 오류를 남기고 말았다. 각 나라와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경시돼 특색없는 다 그렇고 그런 도시가 돼버린 것이다.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도시만들기는 사람간의 보이지 않는 칫수가 반영돼져야 하며 수학적 칫수가 아니라 감성의 칫수, 문화의 칫수라는 보이지 않는 차원의 칫수를 계산할 수 있어야만 쾌적하고 인간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안양시도 안양의 역사와 지역문화를 계산할 수 있는 칫수로 도시만들기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2007-12-14 23:3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