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자료

[20240203]우리그림에서 1989년 만든 그림책 "구름가족이야기"

안양똑딱이 2024. 2. 3. 15:21

2024.02.02/ #아카이브 #옛자료 #그림책 #구름가족이야기 #우리그림 #since1989 #이억배컬렉션/ 1989년 그림사랑동우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구름가족 이야기는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공동 창작물로 만들어 낸 작은 성과물이었죠. 판화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그림책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구름가족의 행동에서처럼 우리 시민사회가 건강한 미술을 하길 바랐던 '우리그림'의 뜻이 반영된 작품이었습니다." -박찬응작가-
이 자료는 우리그림에서 활동한 이억배 작가가 수집해 보관해왔던 기록물로 지난 2019년,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한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됐으며 현재는 경기도 메모리에 저장돼 있다.
경기도메모리 그림책 PDF파일 보기 https://memory.library.kr/dext/file/view/resource/146653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시민의식의 고양과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동한 그림사랑 동우회 우리그림(이하 우리그림)의 창립 멤버였던 박찬응 작가는 잘 만들어진 그림책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박 단장은 담담하게 그날의 기억을 되짚었다.
"억눌렸던 욕구들이 6월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그것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죠. 그것이 우리그림이었고 이때 세워진 시민미술학교가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시민들의 타오르던 욕구들을 담아냈죠.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시민미술학교를 찾았습니다."
우리그림이 소집단 활동을 통해 기대한 것은 미술이라는 문화가 작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다 시민들과 가까운 문화가 되는 것이었다. 동시에 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림이 역할하길 기대했다. 창립 이후 우리그림의 가장 큰 업적은 시민들과 작가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그림책, '구름가족 이야기'가 탄생한 것에 있다.
우리그림의 활동은 그리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1989년 안양문화운동연합이 조직되면서 우리그림은 문화운동연합으로 통합됐고 시민미술학교도 여성미술학교로 전환하게 됐다. 이때 미술운동의 조직운동에 대한 피로감과 작품 활동에 대한 갈증으로 만들어진 젊은 미술가그룹 '우리들의 땅'이 들어선다.
"온 힘을 쏟았던 결과는 허탈했죠. 민주정부를 세우고자 했던 우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겐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로서의 갈증을 충족시켜 줄 또 하나의 그릇이 필요했죠. 1년에 한 번씩은 전시를 열자는 취지로 결성한 그룹이 바로 '우리들의 땅'입니다."
전문 미술인 모임인 '우리들의 땅'의 일부 회원들은 대중 활동으로 소진됐던 몸을 추스르며 기량 연마를 함께했다. 드로잉과 탱화 모사가 주요 작업으로 진행됐고, 전업작가로 사는 것과 생활을 영위하는 문제, 대중성과 전문성을 획득하는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며 창작 그림책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 작가들이 있다. 정승각, 이억배, 권윤덕, 정유정, 김재홍으로 이어지며 창작 그림책의 전성기를 만들어 냈다.
"당시만 해도 서점에 놓인 그림책들에는 노랑머리를 한 주인공이 등장한다거나 서구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책만을 찾아볼 수 있었죠. 우리들의 땅에서는 토종 그림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들을 했고 탱화와 불화, 민화가 진정한 우리 그림이란 판단에 구성원들은 각 기법을 배워나갔습니다. 마침내 서점에는 우리 그림으로 그려진 우리 그림책이 놓이게 됐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그림으로 채워진 오롯한 우리 그림책을 보여주게 되는 처음 순간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