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문학의 뿌리를 찾다
안양문학의 효시“청포도”동인지를 찾아서
장지섭(안양문인협회 부회장)
2019.12.16 안양문학 창간 제30집 특집호 글에서
2019년 4월 21일 늦은 저녁, 벨이 울렸다. 이재철 이사였다. 우리 고장 최초의 동인지 『청포도』찾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지난 수십 년간 김대규 선생님을 모시고 안양문학사를 정리하기 위해서 얼마나 발품을 팔았던가.
1947년 박두진 시인이 주관 결성한「안양문학동인회」와 그 동인지 『청포도』는 현재의 안양문학과 그 맥이 닿아 있다. 그리하여 2008년 김대규 시인이 주관하여 발간한『안양문학 60년사』를 정리하기 위하여 찾고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찾지 못하고 『안양문학 60년사』에는 그 내용이 간략히 기술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찾았다니, 들뜨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 안양지역의 문학은 동인지『청포도』와 「안양문학동인회」가 안양문학사의 효시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아일보 1947년 8월 30일자 신간소개란의“『청포도』(제1집) 8월호 안양동인문집 비매품 안양문학동인회 발행”이라는 기사의 내용만 확인하였을 뿐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6·25 난리통에 모두 소실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였을 뿐이었다.
“정말, 안양문학동인회가 발행한 청포도가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재차 학예사한테 부탁해 학예사가 수장고에 가서 최종확인하고 왔습니다. 진짜 맞습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큰 일하신거예요. 하늘에서도 김대규 선생님께서 엄청 기뻐하시겠네요. 생전에 이 소식 들었으면 정말 좋아 하셨을 텐데….”
박두진 문학관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박형준 학예사의 연락처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박 학예사에게 전화를 했다. 수장고에 보관 중이라는 것이었다. 열람은 안양시의 공문을 필요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나는 긴급하게 공문을 만들어 안양시 문화관광과 문화예술 담당에게 보내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서둘러 안성시에 공문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긴 하루를 보냈다.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박형준 학예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양시로부터 공문을 접수했다며 협조하겠다는 말과 함께 2019년 4월 24일 오후 2시에 박두진 문학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나는 현대문학사를 잘 아는 글길문학동인회 김주희 선배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고 흔쾌히 동행하기로 허락을 받았다. 카메라를 준비하고 부산을 떨며 출발했다.
쟁쟁한 봄빛이 우리를 끌어주었다. 박두진 문학관은 안성마춤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조형물처럼 지어진 석조건물이었다. 마음이 급해서였을까? 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문학관 앞에 조성된 시비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박형준 학예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무실은 5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었다. 박 학예사와 여직원 한 명이 우리를 맞았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후 회의용 테이블에 흰 종이가 깔리고 면장갑을 낀 여직원이 그토록 찾았던 『청포도』를 넓은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낡은 책자에 우리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다. 흰 장갑의 여직원이 넘겨주는 한 면 한 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들뜬 마음 탓이었을까. 나는 촬영하는 내내 땀을 흘렀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로 박두진 문학관 전시물들을 관람했다. 돌아오는 동안 살아 계셨으면 정말 기뻐하셨을 김대규 선생님의 환한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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