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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7]안양 비경 하나 없어져! 안양8동 해성농장 벚나무 몽땅 잘렸다.

안양똑딱이 2021. 3. 18. 02:07

2021.03.17/ #안양 #해성농장 #안양8동/ 안양에 꽁꽁 숨어있던 비경 하나가 사라졌다. 안양8동 성문여고 옆에 자리한 수리산 자락의 해성농장에 심어진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몽땅 잘려졌기 때문이다.

지역주민 말로는 안양시의 안양8동 성문여고 진입로 확장을 앞두고 해성그룹 소유였던 농장일대가 제3자에서 매각됐으며 고급주택단지가 조성될 것 같다는 얘기로 개발에 앞서 농장내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성농장은 안양역 뒤에 있던 한국특수제지 회장을 지낸 고 단사천씨가 살던 곳으로  농장 정문에서 넓은 개간지와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있는 오솔길을 200여미터 정도 들어가면 주택2채가 있고 뒤로는 수리산에서 흐르는 계곡및 산자락과 연결된다. 한때는 농장에서 곰과 사슴등을 사육하기도 했으나 단사천 회장이 작고한 이후 농장은  중단했다. 
해성농장은 오랜기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다보니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해 안양에 마지막  가용부지이자 꼭꼭 숨어있는 땅이었다. 특히 봄이 오면 농장 정문에서  사택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의 벚꽃길이 장관이다. 국립생태원의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안양지역 50곳 생태자산 조사(생태계서비스 평가지도 작성) 1차 조사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가 사유지인 관계로 최종 대상지에서 제외됐으나 생태적 자연조건이 뛰어나 잘 보전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던 곳이다...

한편 한국제지는 해성그룹 창업주인 고 단사천 회장이 1958년 2월 25일 설립한 공장으로 달력제작 등에 쓰이는 고급인쇄용지인 아트지와 백상지, 특수지를 생산하던 곳으로 6-70년대 인근에 사는 학생들은 공장에서 짜투리로 버린 하얀 아트지를 노트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었고 학교에 가면 좀 갖고 싶은 아이들로 부터 인기 만점이었다. 
한국제지는 부지 면적만 8만여평에 달하고 종이 운송을 위해 공장안으로 철길까지 놓여져 있었는데 1998년 문을 닫고 삼성건설에 매각돼 1천8백가구의 조합아파트로 분양되면서 2002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안양1동 레미안)가 들어섰다.
한국제지를 세운 인물은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단사천(段泗川, 1914년 ~ 2001년) 회장이다. 단사천 회장 하면 과거 명동 사채업계를 주름잡던 '현금왕'으로 알려진 인물로 엄청난 자금력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생전에 안양8동 성문여고 옆 해성농장(아름다운 벚꽃길 진입로가 장관임)에 거주했는데 안양 어르신들의 전언에 의하면 동네 이발소를 찾았으며 동네를 산보하면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눌만큼 꽤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무참히 잘려 사라진 나무들과 벚꽃길 예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