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의 옛 부지에는 우리 고유의 거대 개미 군락이 살고 있다
2014년 잎꾼개미와 베짜기개미 등 열대 개미의 도입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당시 안양에 있던 농림 축산 검역 본부를 찾았을 때 나는 우연히 경내 작은 수풀 지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왕개미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이 개미는 그동안 애꿎게 일본왕개미로 불렸지만 최근 탁월한 개미학자 장용준이 고려대 석사 논문에서 그보다 선행된 이름이 왕개미였다는 사실을 문헌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이 땅에서 제일 흔한 개미 중의 하나를 번번이 일본이라는 명칭을 붙여 불러야 하는 굴욕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 쾌거였다.
그동안 국립 생태원의 개미 연구팀과 장용준 연구원의 연구로 국내에서 발견된 개미 군락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 왕개미 군락 역시 여러 작은 소왕국들이 연합해 만들어진 제국인 게 분명해 보인다.
다행히 안양시는 이 왕개미 제국을 최대한 보전하고 바로 옆에 개미 생태 체험관도 만들어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잘 진행되면 수도권에도 드디어 멋진 개미 전시관이 생겨 흥미로운 볼거리와 함께 생태 교육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도 드디어 거대 군락에 관한 연구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 제국과 개미 제국에 관한 비교 연구를 하고 싶다.
인간은 아무리 거대한 제국을 구축해도 권력은 끝까지 단 한 사람이 움켜쥐려 하지만 개미 제국은 연합국들의 왕권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듯 보인다.
이 동맹이 인간들이 만든 그 어떤 제국보다 강력하고 영속적인 제국을 만든 것이다.
권력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누수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개미는 이미 터득했고 우리는 아직 못한 것 같다.
우리보다 훨씬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개미도 아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으리라.
사이언스북스-컬럼에서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059653&memberNo=27562621
최재천(崔在天)
서울대 동물학 학사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생태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학 전임강사
미국 미시간대학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한국생태학회 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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