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20]인천 마을공동체와 인천 개항장(2013.07.06)

 

안양기억찾기탐사대는 2013년 7월 6일 늘푸른안양21 마을자치위원회와 함께 인천 마실길에 나서 인천 연수도서관 박현주 문헌정보과장님의 안내로 가좌동마을공동체와 청소년 인문학도서관 ' 느루',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도원동 우각로 문화마을, 인천 개항장 역사와 문화 탐방을 했습니다.

인천탐방(1)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이날 첫번째로 찾아간 곳은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와 마을기업 '사람과 사람사이'입니다.
2011년 11월 문을 열은 일종의 청소년 대안 공간으로 60여평의 공간에는 도서관, 소모임방, 카페(청소년들 바리스타 교육), 게스트하우스 등까지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어 책만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역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는데 지역 주민이 재정 지원과 재능 기부를 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어른과 청소년들의 소통 공간이라 할 수 있지요.
이곳을 마련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동네 주민들이 차근차근 논의하고 준비하고, 청소년들의 참여속에 설문조사와 벤치마킹 통을 통해 직접 꾸며, 공간을 마련했다고 하네요. 특히 '힘이 들더라도 스스로 충당한다' 원칙을 세워 시의 지원금을 받지 않고 후원자들이 정성을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네 상인, 동네 주민, 기업 등과 인근 10여개의 달하는 학교와의 협치가 돋보입니다. 이는 최근 각 지자체마다 열풍처럼 불고있는 마을만들기와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참여예산제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가에 화두가 아닐까요.
'느루'라는 말이 순 한글말로 '한꺼번에 휘몰아치지 않고 천천히'라는 뜻이라는데 청소년들이 지역 어른들의 도움으로 '천천히' 진로를 선택하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천탐사(2) 배다리마을 지키는 사람들
이날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오래된 책방들과 옛 건물들과 골목길,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옛 추억과 문화를 간직한 역사문화마을 만들기를 펼치는 배다리마을로, 이 곳에는 문화재인 창영초(구)교사,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영화초교 본관동 등 근대문화 유산을 빗롯 성냥 공장, 양조장터, 고서적, 문구점 등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는 골목들이 비교적 잘 보존된 지역이지요.
인천시는 개발을 이유로 이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를 내기 위해 동네를 둘로 양분화하려 추진해오다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이자만 그 싸움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배다리마을에서 먼저 찾아 간 곳은 아벨서점입니다. 인천의 서민 명물중 한곳이라 할 수 있는 이 책방은 1973년부터 영업을 해 왔는데 본점 외에 옆에 아벨전시관을 별관으로 두고 있는데 본점이 일반서적을 중개하는 책방이라면 별관은 전시회, 시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네요.
영혼이 맑디 고우신 듯한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로 부터 40여년 동안 책방을 운영해 온 이야기를 들으며 이 분이 배다리마을 관통하는 인천 '배다리산업도로' 반대 주민 공동대표를 맡아 인천시와 개발업자를 상대로 싸움을 하며 왜 오래된 엣 동네를 지키려 하는지, 배다리마을 공동체가 왜 소중한지가 마음으로 전달받습니다.
특히 "책을 단순히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식과 사상이 딛고 건너가는 매개체로 생각한다"는 말에서 책을 향한 그분의 정신과 열정을 느낍니다.
배다리마을의 또다른 명소로 스페이스빔도 찾았습니다. 이곳은 엣날 양조장을 개조하여 만든 대안미술공간인데, 스페이스(space) 빔(vacant)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비운 다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스페이스빔 대표를 맡고 있는 민운기 선생으로 부터 배다리마을 지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이 공간이 미술 전시뿐만이 아니라 동네의 현안을 고민하고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즉, 예술가들이 동네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며 배다리마을 지킴이들의 아자트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스페이스빔이 있는 양조장은 황해도 평산읍 출신 상공인 최병두 선생이 24세 때 인천에 정착하여 정미업을 운영하다가 1926년 양조업으로 전업하여 설립한 공장 중의 한 곳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막걸리 소성주를 생산한 곳이라는데 스페이스빔 사무실에는 과거의 양조장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곳곳에 있어 이같은 기록과 흔적들도 현재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 보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동네를 떠나며 차창밖으로 스치는 한 점포 유리창에 "인천 배다리, 우리가 지켜야 할 인천의 역사입니다"라는 문구가 머리속 잔상에서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인천탐사(3) 시간 멈춘 소뿔마을, 우각로 문화마을
이날 세번째로 찾아간 곳은 인천 남구 숭의동 꼬불꼬불 언덕위에 있는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마을로 의제21 활동가들과 예술가들에 의해 소뿔마을 우각로 문화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황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동네로 가기 전 멀리서 볼때도 허물어지고 부서진 집들이 한둘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삐뚤삐뚤 좁은 골목길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의 모습이 목격돼 열집에 서너집이 빈집이라는 군요.
이는 지난 2004년 재개발 조합을 세우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마땅히 떠날 형편도 못되고 당장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사람들만이 그냥 눌러앉아 살지만 개발사업이 멈추면서 10년이 다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지요.
그랬던 이곳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2011년 10월부터 뜻있는 예술가들이 빈집 주인들과 재개발 공사 진행 시점까지 무상임대 계약을 통해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마을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지요.
예술가들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우중충하게 버려져 흉물스럽던 담장과 건물 벽에는 알록달록 색칠이 예쁘게그려지고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리지면서 퇴락하고 죽어가던 동네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반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네를 안내한 우각로 문화마을의 오은숙 사무국장은 "도서관 운영, 아이들 교육,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예∙목공예 수업, 어르신 영정사진 촬영과 액자작업, 전도관 건물내 연극수업, 문화축제,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우각로 문화마을의 상징인 소 뿔 모양의 마스코트 캐릭터 상품을 통해 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골목길에 예쁘게 꾸민 공방과 매장까지 마련하고 마을기업으로 승인까지 받았다고 하니 마을공동체의 부활과 도시재생의 새로운 희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 같은 문화․예술인들과 활동가들의 문화마을 마을만들기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현재는 중단된 상테지만 재개발사업이 다시 시작되면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예쁜 실험들은 중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불과 5년전만 해도 수도권 도시 곳곳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사업이 마치 장미빛인양 우후죽순처럼 추진되다가 이제는 포기의 붐이 불고 있지요. 이미 많은 원주민들이 떠나기도 했고요. 우각로 문화마을 만들기가 원도심지역의 도사재셍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탐사(4) 개항장 역사문화 및 도시재생
이날 네번째로 찾은 곳은 100여년 전 개항기의 인천 근대건축물들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신포동 일대로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인천한국근대최초사박물관, 청일경계조개지계단, 화교학교, 대불호텔터 등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의 건축물과 거리가 남앙;있어 도보로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천문화재단은 과거 항만에 있던 창고를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아트플랫폼으로 리모델링하여 에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개인이 옛 주택을 매입하여 옛 구조를 그대로 살려 커피집으로 복원해 놓은 거리를 걷다보면 마치 티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합니다.
하지만 짜장면박물관(공화춘)에는 정작 과거 유산이 별로 없고, 차이나타운 입구의 중국인 장의사집은 점차 폐허가 되어 가고, 구청은 문화유산지구에 대리석으로 거대한 건물을 새로 짓고, 그앞 골목길에는 시가 예산을 지원한 국적불명의 건축물이 복원되고, 공직자가 소유한 대불호텔터 논란 등 우려되는 점도 적지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날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안양팀 일행을 안내해 주신 박현주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 선생님은 인천 연수도서관 문헌정보과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도서관뿐 아니라 사라지는 인천향토자료에 대한 발굴과 정리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는데 ‘제5회 다산대상’ 청렴봉사 부문(2011년)을 수상하는 등 도서관계의 거물이지요. 아날 함께 하는 여정에서 인천의 마당발이자 소중한 분이라는 새삼 느꼈습니다. 페친으로 인연을 맺은 저로서도 큰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