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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수리사(修理寺)의 수심선방(修心禪房)

안양똑딱이 2016. 7. 17. 16:47
[서강석]수리사(修理寺)의 수심선방(修心禪房)

[2008/05/19]군포문화포럼 상임대표
수리사(修理寺)의 수심선방(修心禪房)-
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석가탄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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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 군포문화포럼 상임대표

홍세화씨는 문화유산을 등으로 보지 말고, 앞으로 보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사진찍느라고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빗대서 한 말이리라. 그러나 이곳만큼은 예외로 두고 싶다. 앞으로 보고 등으로 안고 싶은 곳이다. 바로 부석사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안양루 바라보면 그 앞으로 태백준령이 펼쳐진다. 능선너머 능선이 이어지고, 눈길가는 끝까지 아스라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접집을 앞으로도 보고 등으로도 보고, 온몸으로 안고 느끼는 곳이다. 삼층석탑 끼고 돌아 돌비탈길 올라 조사당에 이르면 그 느낌은 한결 커진다.

계절도 좋아 노란 은행잎 그림처럼 깔려 있는 가을이면 더 좋다. 시간도 좋아 범종루의 불전사물 치는 시간과 맞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사실 언제 가도 좋기 때문에 가는 길 고단하지만 가고 또 가는 절집이 아닌가 싶다.

우리 동네에도 그 느낌은 좀 다르지만 바라보는 전망이 좋아 자주 가는 절집이 있다. 바로 천년고찰 수리사이다. 대웅전 오른쪽 기둥에서 바라보면 마치 강원도 깊은 산속에 온 듯한 느낌이다. 혹 밤이든 새벽에 올라 대웅전 왼쪽 기둥에서 바라보면 대관령에서 강릉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진다. 멀리 수원과 오산의 불빛이 그 때는 강릉이 된다. 대웅전에서 요사채 지나 건너편 공터에서 바라보면 산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영락없는 높은 산속 절집이다.

오늘은 석탄일을 맞아 모처럼 수리사를 가고 싶었다. 아침엔 법요식도 있고 번잡함도 피할 겸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갈치호수 돌아 덕고개로 접어들 때 이미 진한 봄을 넘어 초여름이 다가왔다. 수리사 진입로는 여전히 울창하였고, 간간히 마주치는 큰 바위들은 요즘 정신없이 지낸 나를 지긋한 눈빛으로 꾸짖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웅전에 서서 그 깊은 맛을 느끼며 여유를 부리리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의 수리사는 좀 더 다르게 다가왔다. 최근에 새로 지은 일주문과 지장전 처마끝 고유의 선에서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대웅전 앞뜰 깔려있는 잔디사이에 연자방아 돌들이 두 줄로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아름다움에서 온 것도 아니었다. 갈 때마다 느꼈던 우중충한 색의 벽돌시멘트 해우소가 전통방식으로 소담스럽게 바뀐 것에서 온 것도 더욱 아니었다.

바라보는 정취에 젖어 있을 때, 스님과 나눈 몇 마디 대화였다.
“절이 많이 좋아졌네요?”라는 물음에 웃으시면서 합장으로만 대답하셨다. “법당 오르는 계단위로 일승원음(一乘園音) 범종루를 지으면 딱 좋겠네요.” 제법 아는 체를 하면서 한 말씀 더 건네자. “뭇 중생들에게 들리지 않는 종소리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차라리 저곳에 마음을 닦는 선방이 더 필요하겠지요.”하시면서 몇 년 전 소송 끝에 절터로 편입된 터를 가르키셨다.

웰빙이다, 건강이다 하면서 몸만을 추스르고 있는 것이 요즘의 우리가 아닐까? 그 선방의 이름을 수리사(修理寺)의 수심선방(修心禪房)이라고 하면 어떨까?

2008-05-20 01: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