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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주던 우정... 안양흥안국민교 조완석군과 민경호군 영광의졸업
조선일보 | 1967.02.17 기사(뉴스)
등교길 10里 업고 업혀 2年3개월
조군엔 선행상, 민군은 개근상
학부형-학생들 떠나갈듯 박수
장학금 모아 진학길 터주고
두다리들 못쓰는 소아마비 급우를 업고 2년 3개월동안 4km고갯길을 넘어 학교에 다니던 안양 흥안국민학교(현 안양남초) 조완석(14)군과 민경호(14)군이 16일 나란히 졸업장을 받았다. 이 날 조군은 착한 어린이로 뽑혀 선행상을 받았고, 동무의 등에 업혀 통학한 민군의 손엔 우등상과 1년 개근상이 빛났다. 우정으로 닦은 사랑의 등교길옌 이들의 앞날을 축복이나 해주듯 흰눈이 깔렸다. 그리고 온마을 사람들은 이 우정의 꽃을 가꾸어 주기로하고, 장학의 선물을 졸업식장에 보내왔다.
안양읍에서 5km쯤 떨어진 학교로 모여드는 학부형들은 1년에 서너번씩밖에 안입는 흰 나들이 두루마기가 단정했고, 교정에는 안양읍에서 온 꽃장수 두사람이 비닐조화를 팔았다.
홍안국민학교의 졸업생은 91명, 학교에서는 강당이 없어 교실 3칸의 칸막이를 떼어 졸업식장으로 썼다.
조군과 민군의 자리는 맨앞줄 이들이함께 선행상과 우등상을 받을때 학부형들과 재학생들은 교실이 떠나가라 박수를 보냈다.
이날 학교에 처음나온 조군의 아버지 조완석씨와 민군의 어머니 최봉래씨는 집안이 가난해 중학교에 못보낼 아들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안양중학에 입학하게 해준 관악회원들에게 몇번씩이나 허리를 굽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64년 겨울 어느날 10리나 되는 덕현고갯길을 목각에 의지해 넘던. 민군은 고갯길에 자빠져 울고 있었다.
조군은 자기 가방을 민군에게 맡기고 민군을 집까지 업어다 주었다.
이때부터 조군은 눈보라치는 찬겨울이나 장마로 질퍽이는 여름철이나 한결같이 민군을 업고 다녔다.
지난해 10월 이 갸륵한 이야기가 학교에 알려지자 학교에서는 가장 착한 어린이로 조군을 뽑고 덕현고개를 「사랑의 고갯길」이라 이름지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랑의 고갯길」을 함께 내려오는 두 동무는 몇번이나 그고갯길을 되돌아보았다.
(안양에서 모호성.정덕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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