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 위반’이 제기되면서 무효확인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파행을 거듭하던 안양시의회가 여·야간에 다시 원 구성에 합의해 지난 19일 제8대 후반기 의장단을 새로 선출했다.
안양시의회는 이날 제266회 임시회에서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선거를 진행해 의장 최우규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의장 박정옥 의원(국민의힘), 의회운영위원장 윤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보사환경위원장 최병일 의원(더불어민주당), 도시건설위원장 김경숙 의원(국민의힘)을 각각 선출했다.
후반기 의장단은 당선 직후 임기가 시작되며, 오는 2022년 6월 말까지 안양시의회를 이끌게 된다.
이날 투표 결과를 보면 의장 선거에는 민주당 정맹숙(4표), 최우규(11표), 임영란(6표), 이채명(사퇴) 의원이 출마했으며, 재적의원(21명) 과반수 이상의 표를 받은 최우규 의원이 당선됐다.
이채명 의원은 “각종 의혹이 있는 후보자들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광경에 시민 앞에 부끄럽고 참담하여 의장단에 같이 할 수 없다”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이와관련 최우규 의장은 의장선거 1시간 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간의 의혹에 대해 “파렴치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의원직 사퇴는 물론 조용히 안양을 조용히 떠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의장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이는 단순한 흠집내기를 넘어 제 정치 인생에 커다란 오명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저 개인을 넘어 신성한 의회를 모독하는 행위이며 그 원인을 찾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부의장 선거에는 국민의힘 박정옥(11표), 정완기(9표) 의원이 출마해 박정옥 의원이 당선됐다. 부의장 선거에는 무효표가 1표 있었다.
상임위원장 선출에서는 의회운영위원장 윤경숙 의원은 12표, 보사환경위원장 최병일 의원은 13표, 도시건설위원장 김경숙 의원은 16표를 얻었다.
총무경제위원회는 7.4 선거에서 선출된 김은희 위원장이 법원 결정에 항소를 했기 때문에 이번 의장단에서는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았으며, 부위원장인 이은희 의원이 위원장직을 대리하게 된다.
최우규 신임의장은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동료의원과 소통하겠다.
박정옥 신임부의장은 당선 소감으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만 보고 여야, 당리당략을 떠나 최우규 의장님과 손을 맞잡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수원지법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특정인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드러나자,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깨고 사실상 공개투표를 했다고 판단하고, 의장단 선출 무효를 판결했다.
법원 판단에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8명은 “의장 선출 투표가 비밀투표 원칙에 반해 무효이고, 무효인 의결에서 선임된 의장 체제에서 뽑힌 상임위원장 4명의 선출도 무효”라며 효력 정지와 함께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9월 의장과 상임위원장의 직무 수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안양시의회는 그동안 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임시변통으로 부의장으로 민주당 최병일 의원을 선출해 의장 직무를 대리하도록 했다. 상임위원장 4명도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부위원장을 선출해 의사 진행을 맡기는 편법을 지속해왔다.
직무 정지 상태로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무효 판정을 받은 의장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다. 결국 본안 소송 판결을 보름 앞둔 지난달 10일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징계가 논의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양시의회는 지난달 15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 사임을 의결했다. 아울러 법원이 지난해 임시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의장 직무 정지가 결정되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안양시의회는 정상이 아니었다.
안양시의회는 지난해 7월3일 제8대 후반기 의장 선거를 실시했다. 의석 분포는 민주당이 13석, 국민의힘이 8석. 민주당 의원이 의장을 맡는 것이 당연했다. 민주당은 사전에 당내 경선을 거쳐 A 의원을 의장에 내정했다.
하지만 B 의원이 불복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의원 일부가 이탈해 B 의원을 지지하고,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세할 경우 ‘반란’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내부 단속을 위해 절묘한 ‘해법’을 만들었다.
안양시의회의 의장 선거는 교황 선출 방식과 유사하다. 똑같은 모양의 백지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의 이름을 자필로 적는다. 민주당은 불복한 B 의원을 제외하고 의원 12명이 담합을 모의했다.
방식은 이랬다. 의원마다 A4용지 4분의 1장 크기(가로 10㎝, 세로 15㎝)의 백지 투표용지가 한 장씩 주어지는데, 이 투표용지 안에 12칸(가로 3칸 세로 4칸)짜리 가상의 공간을 정했다.
그리고 의원 12명에게 왼쪽 맨 위쪽, 오른쪽 가운데 하단 등 각각 한 칸씩 정해주고, 그 위치에 각자 의장 후보인 A의원의 이름을 쓰기로 했다. 투표 결과 A 의원이 무난히 12표로 과반을 득표했다. B 의원은 9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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