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옛사진읽기

1970년대 삼덕제지 안양공장과 수암천

안양똑딱이 2017. 3. 10. 01:07

 

#안양 #삼덕제지 #삼왕제지 #삼덕공원 #제지공장/ 1970년대 중반에 찍은 안양4동 수암천변에 자리했던 삼덕제지 공장으로 고 전재준 회장이 안양시에 기증해 지금은 삼덕공원으로 바뀐 곳으로 기부문화의 상징처럼 자리한 곳이지요.
사진은 양지3교 대농단지 입구쪽에서 수리산방향으로 공장을 찍은 모습으로 토사를 걷어낸 듯한 수암천 건너에 높다란 굴뚝이 우둑 서 있는 삼덕제지 공장의 건물들이 보입니다.
이 공장은 설립한지 아주 오래돼 과거 철판으로 반원형 지붕을 얹은 듯한 마치 미군 콘셋트 막사 형태의 창고도 있었고, 빨간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사무실과 공장이 공장 부지 이곳저곳에 있었지요.
사진 중간 오른쪽 모서리를 보면 안양역에서 병목안채석장(현재의 병목안시민공원)을 연결했던 철길이 보이는데 철길 건너쪽은 공장이고 수암천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무허가 주택들이었는데 여름철 장마로 비가 많이 오면 쓸려 내려가기도 했지요.
병목장 채석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4년 경부선 복선화공사를 하면서 자갈을 채취하던 곳이었는데 해방 이후에도 철도청은 수도권 일대에 건축용 골재로 제공하기 위해 1주일에 두세 차례 철도운반 화물열차가 다녔답니다.
당시 안양9동과 새마을에 살던 아이들은 열차가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화물차 맨 뒷칸에 몰래 매달려 안양시내로 또는 집으로 가기도 했다.(종종어른도 있었음) 또 철도 레일에 못을 놓아 기차가 지나가 납작하진 못을 갈아 연필 깍는 칼로 쓰기도 했는데 당시로서는 최고였지요.
애환이 담겨 있던 열차 채취용 화물열차 운행은 80년 초반에 중단하고 이후 철길에 놓여져 있던 레일이 전부 철거됐으며 그 이후에는 도로로 사용되고, 도로 확장으로 없어지고 사라지면서 이젠 기억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병목안채석장은 자갈을 캐내던 곳이 잡초가 우거질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대규모 절개 면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낙석 등의 재해 우려가 있어, 안양시가 친환경적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해서 2004년 6월 공사에 착공한지 2년여 만인 2006년 5월 병목안시민공원으로 개장하여 산중턱에 잔디광장이 멋진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는데 비나 눈 오는 날 또는 물안개라도 끼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수리산 풍경은 그야말로 멋지답니다.
삼덕제지 공장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삼덕제지 자리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인 1941년 일본인 고토우가 설립한 삼왕제지가 있었는데 일반 종이류의 제조 및 가공 판매, 제지업 관련 투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자본금은 49만 원이었으며 최초 12만2500원이 불입되었는데 모조지 생산에 주력했답니다.
경영진은 사장 이하 4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일본인이었으며 삼왕제지의 설립 후 일제 패전 시까지의 경영 실태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어 내용을 잘 알기 어렵습니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인이 떠나고 삼왕제지는 귀속기업체로 미군정에 접수되었고, 정부 수립 후 대한민국 정부에 이관되었다가 휴전 직전인 1953년 6월 관리인이었던 조경묵(曺庚黙)에게 174만 환에 불하되지요.(안양시 연표에는 1945년 11월 25일 설립. 좀 더 확인해야ㅐ 할 사ㅎ )
조경묵은 회사명(社名)을 삼덕제지(三德製紙)로 바꾸고, 운크라(UNKRA) 원조자금을 받아 시설을 개선하여 모조지와 선화지를 생산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하였으나 회사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고, 1950년대 말에는 경영난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1961년 조경묵은 개성 출신의 전재준(全在俊)에게 경영권을 넘겨 이후 2003년 삼정펄프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될 때까지 경영을 지속하였는데 삼덕제지는 신문지와 함께 국내 제지업계의 양대 축이었던 백상지(모조지) 생산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지요.
삼덕제지에서는 공장 수암천으로 종이슬러지가 흘러나왔고, 갈수기에는 삼덕제지 아래쪽 하천이 이 슬러지로 뒤덮일 지경으로 오염되기도 하였으나, 모든 물자가 귀하던 1960년 이전에는 인근주민들이 이 슬러지로 땔감으로 쓰기도 했는데 병목안 철길과 천변 뚝방은 물론 인근 집등 마당에는 슬로지를 말리는 풍경이 펼쳐졌지요.
삼덕제지는 2003년 7월 폐업합니다. 기업주인 전재준 회장은 11월 3일 공장부지를 공원으로 만들 것을 조건으로로 안양시에 기부하였는데 일방적인 굴뚝 철거와 지하주차장 조성 등으로 시와 기증자간에갈등을 빚기도 하다가 2007년 7월18일 공원 조성 공사를 착공해 2008년 11월에 삼덕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역사를 남긴 공원이 만들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