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석수아트프로젝트(SAP)를 마치고

안양똑딱이 2016. 7. 17. 17:16
[박찬응]석수아트프로젝트(SAP)를 마치고

[2008/10/31]2008 SAP 석수아트프로젝트 실행위원장
문화예술 습지를 조성하기 위한, 세계 예술인들의 ‘우정의 삽질’
석수아트프로젝트(SAP)를 마치고

정끝별 시인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삽질은 자신의 몸을 구부리고 낮춰야 하는 일이다. (…중략…) 삽질의 정수(精髓)란 그 우직함과 그 정직함에 있다. 그 정직함을 배반할 때 삽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농민이든 노동자든, 노동의 본질이 삽질에 있는 것이다.”

뉴욕, 베를린, 동경, 멜버른, 바로셀로나, 서울, 안양의 작가들이 8월∼10월까지 3개월간 석수시장 빈 점포에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펼쳤습니다. 세계 각지역의 작가들이 수평적으로 만나 상상력과 언어가 충돌하고 웃음과 유머로 교류하는 장으로 석수시장이 활용되었습니다.

만안교에서 삼성산으로, 안양천에서 한강으로, 골목과 골목으로 삶의 물줄기를 타고 미끄러지듯 흐르며 다양성과 다원성, 공공성과 지역성이 통섭된 ‘우정의 축제’였습니다. 또한 기존의 관습으로 경계 지어진 예술과 생활사이의 뚝을 허물어 삶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의 습지를 조성하려는 ‘우정의 삽질’이었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우정의 삽질’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지난 8월1일 일본 토리데아트프로젝트(TAP) 작가 3명이 석수시장에 입주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창작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과 참여를 유도하여 ‘석수수월래’라는 축제를 만들어낸 카메라. DMZ 안에 있을 법한 비밀의 정원 ‘38가든’을 빈 점포에 실현해 많은 관람객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든 수미. 부산에서 석수시장까지 장장9일간 자전거바퀴를 돌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이사오, 작가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토리데시의 문화예술담당과장과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월리암수의 ‘기억으로 재생되는 종이블럭 위크숍’은 1970년대 수암천변에 살았던 주민들이 삼덕제지에서 흘러나온 종이슬러지를 어떻게 재활용했는지를 재현해 잊혀질뻔 한 안양천의 역사를 복원한 ‘삽질’ 그 자체였습니다.

스페인작가 루이스와 자스미나는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토끼, 닭, 거북이, 물고기를 위한 ‘에니멀타워’를 제안했고, 이에 스페인대사관이 호응 문화교류 협약서를 작성하고 제작 지원금을 전달하는 감동도 있었습니다. 버마출신 뉴욕작가 일레인은 오랜 준비를 통해‘김치, 막걸리, 젓갈 세미나’를 개최, 준비하는 전 과정이 아리랑TV를 통해 세계 각국에 20여분간 방영되었습니다.

2008 삽이 주최한 ‘석수동네傳 석수예술展’은 동네에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개인의 사적 취미가 열린 공간으로 나온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작가들의 숙소 역시 주민들의 자원 홈스테이(민박)로 마련되었고, 10월26일 폐막식과 주민장기자랑도 주민들의 성금과 음식협찬으로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석수시장은 여느 재래시장과 달리 사적 소유의 공공적 성격을 갖는 매우 특수한 공간입니다. ‘기능이 상실된 공간(유휴공간)의 예술적 활용’은 이제 석수시장만의 고유한 테마는 아닙니다. 석수시장에서 시작한 재래시장프로젝트가 광주의 대인사장과 화성의 사강시장, 수원의 못골시장에 이르기 까지 전이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양이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이 활동할 수 있는 습지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문화예술의 습지를 조성하는 삽질에 깊은 관심과 지원과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예술은 경계를 향해 흐르고 모든 경계에 꽃이 핀다.”<2004 안양천프로젝트 보고서 중에서>- 박찬응 2008 SAP 석수아트프로젝트 실행위원장

2008-10-31 18: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