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창목재소 / 조동범 2003 가을호 시인이 쓴 산문 며칠 전인가 퇴역 군함을 수장시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사진 속의 군함은 제 생명을 다하고 가라앉고 있는 중이었다. 뱃머리를 하늘을 향해 치켜든 군함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고 바다로 돌아가는 군함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수 없이 많은 전투와 항해를 겪었을 군함의 최후는 장엄한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다이버들의 훈련용으로 쓰일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철로 분해되지 않고 온전히 바다에 묻힐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즐겁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군함은 천천히 녹이 슬어가며 아주 오래도록, 바다에서 보낸 일생을 추억할 것이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 몇 달 전에 문을 닫은 태창목재소를 떠올렸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