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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0526]사라지는 군포 공장들 아카이빙 "당정동공업지역"

안양똑딱이 2023. 5. 26. 18:45

군포시청 홍보실로부터 한권의 책을 받았다. 아카이빙자료집 <당정동공업지역>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자 “당정동공업지역”은 비그리운드아키텍츠의 건축사 윤경숙 소장(차주협.김다은)이 펴낸 책으로 1부 당정동공업지역의 성장, 2부 당정동 공장이야기, 3부 공장사람들을 기록했다.
여는글
아기가 태어나 성인이 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처럼 도시 또한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거칩니다. 현재 군포시 당정동에 자리한 공업지역은 군포시가 생기기 이전인 1960년대 이전부터 서서히 싹트기 시작하여1970~1980년대 나라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안양천과 철길 사이 논밭이 펼쳐졌던 자리에 하나둘 공장들이 들어서며, 어느덧 전국에서 부푼 꿈을 품고 이주한 젊은이들이 정착하여 일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 호계구사거리에서 군포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가온전선(주)과 (주)농심 공장 앞은 출퇴근 시간마다 통근버스를 이용하거나 함께 어울려 놀러 가는 근로자들로 매일 북적였습니다. 이렇게 당정동 공업단지는 많은 이들의 꿈과 삶의 중심공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주거 시설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주거공간과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 하기 위해 1988년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여 평촌, 산본, 일산, 분당, 그리고 중동을 수도권 1기 신도시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산본 신도시 개발과 함께 1989년 시흥군 군포읍은 군포시로 승격되었습니다. 신도시 개발은 단기간에 군포시를 공업에서 주거 중심의 도시로 바꾸었고, 군포시는 공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찾아 이주한 새로운 계층의 시민들로 채워졌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동시에 도로와 지하철 같은 다양한 도시 기반 시설이 확충되면서 당정동의 대규모 공장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둘러싼 도시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호계 구사거리를 향하던 발걸음은 신도 시와 함께 개통된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앞 산본중심상가 로데오거리로 자연스럽게 이동했습니다.
도시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군포시에 자리 잡은 제조업 중심의 공장들은 이제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신도시 주민들에게 주거지역 옆 공장은 주거 환경을 위협하는 유해 시설로 간주되었고, 잦은 민원이 발생하면서 시민들과 공장의 갈등이 생겼습니다. 동시에 국가와 지방정부의 도시계획 방향에도 변화가 생겨 이제 수도권 공장들 은 하나둘 지방으로의 이전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한양행, 두산유리, 그리고 LS전선과 같은 굵직굵직한 대기업 공장들이 이미 지방으로 이전했고 올해 강남제비스코(주)도 평택으로 이전을 마친 상태입니다. 청년이었던 노동자들이 중년이 된 지금 당정동 공업지역은 새로운 국면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일부 공업지역은 이미 공동주택지로 개발이 진행중이고 남은 지역은 제조업 중심에서 미래 첨단산업을 위한 R&D 중심의 혁신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도시는 생물과 같아서 도시의 변화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도시가 변화할 때 그 이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기록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고 책임입니다. 당정동 공업지역을 기록하는 이번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는 군포 시민들 중에도 당정동에 이렇게 큰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일부 공장은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허허벌판에 세워진 공장을 인생의 목적지로 선택하고 군포시로 이주한 많은 이들에게 이곳은 치열했던 젊은 시절의 흔적입니다. 당정동 공업지역중 올해 평택으로 이주가 완료된 강남제비스코(주) 공장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군포시에 자리할 (주)농심과 가온 공장을 중심으로 군포시를 지탱해 주었던 제조업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기록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청과 공장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일부 공장들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록 작업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점차 사라지는 근대유산의 일부인 공업지역의 모습을 기록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의 결과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군포 시민들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발행인 윤경숙-
지역 기록화사업(아카이빙)은 단순히 지역의 풍속과 사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마을의 역사와 문화, 지역의 정체성과 유산을 보존하고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동네와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의 삶은 지역의 산 역사이고 소중한 자원이며, 지역의 유.무형의 자원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을 발굴.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살아온 삶에 자부심을 회복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군포에서 지역기록활동가를 양성하고 군포역과 개발예정지구인 당정동 공업지역에 대해 아카이빙 용역을 실시하고 있어 고무적이며 바람직한 일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유산을 보존하여 지역의 공동체를 이루고 후세 사람들이 언제든지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 문화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