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되돌아보며 그해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우리 사회를 사자성어로 논평해온 교수신문이 스물한번째를 맞는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대학교수들이 2021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손꼽은 ‘묘서동처(猫鼠同處)’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1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묘서동처가 1760표 중 514표(29.2%)를 얻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책인 ‘구당서’에 등장한다. 한 지방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며 서로 해치지 않는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의 상관이 그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치자 대다수 중앙 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으나 한 관리는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며 한탄했다.
쥐는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이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야 하는 동물로 이 둘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데 둘이 아무런 문제 없이 함께 지내는 상황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 입법과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묘서동처에 이어 ‘인곤마핍(人困馬乏)’이 2위로 선정됐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유비가 긴 피난길을 떠나며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들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한 삼국지 이야기에서 따온 사자성어다.
인곤마핍을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유비의 피난길에 비유하며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정치권을 비판하는 의미로 인곤마핍을 선택한 의견도 있었다.
3위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4위에는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인 ‘각주구검(刻舟求劍)’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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