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영상기록/안양

[영상]안양 호현마을 새옷을 입다(2015.01)

안양똑딱이 2017. 4. 2. 13:10

 

경기도 안양시 박달2동, 서해안 고속도로가 높이 솟아 가로지르고 그 아래 살랑살랑 실개천이 넘실거리는 동네가 있습니다.

<호현마을>

안양에 남은 마지막 자연부락 그동안 대단위 신도시 위주의 도시정책 추친으로 생활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짐에 따라 그 격차를 해소하고자 경기도와 안양시는 1억 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마을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동안 주민숙원사업, 문화/교육사업 그리고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협의체가 힘과 뜻을 모아  주민공동체가 복원되고 깨끗하고 풍요로운 생활환경복지마을 <호현마을>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 기록을 저희 미디어두가 담아 보았습니다.

 

영상 https://vimeo.com/116835786

제작 미디오두/ 2015.01/ 권영세작가

 

호현마을은 범 호(虎)에 고개 현(峴). 수리산 범고개에서 이름을 딴 호현마을은 시흥으로 넘어가는 만안구 박달2동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박달 사거리에서 광명 방향으로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을 얼마 지나지 않아 왼편으로 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팻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 탓에 호랑이가 나올법한 으슥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하는 으레 짐작과 달리 마음을 간지럽히는 문구와 그림들이 그려진 파스텔 톤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마을처럼 화사하고 따뜻하다.

호현마을은 과거 박달리 열두 골에 형성된 자연부락 중 하나로 일제 강점기에 군용지로 흡수되어 없어졌다가 안양과 안산을 잇는 도로가 만들어진 이후, 1970년대에 각종 공장이 들어서면서 번창했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로 마을이 양분화되고 근처에 쓰레기 집하장과 골재처리장, 정육공장 등 기피시설이 생기면서 점점 낙후됐다.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은 주민들이 점점 떠나 40여 가구만이 남았고, 젊은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어르신들만 남아 살기 좋았던 옛 시절을 추억하며 안양의 마지막 자연부락을 지키고 있다.

이런 호현마을이 작년부터 예전의 활기를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 예쁜 벽화를 만날 수 있는 동동길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며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호현마을 동동길' 만들기 프로젝트는 생활환경복지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안양시, 호현마을주민협의회, 안양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공미술 프리즘, 노루표페인트 안양공장, 안양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호현마을 동동길의 백미는 굽이굽이 좁은 골목에 그려진 벽화들이다. 다른 벽화마을과 달리 차분한 파스텔 톤의 노란색, 연두색, 보라색이 쓰였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자연에서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벽화는 경로당 옆 너나들이 쉼터 가림막이다. '청춘을 돌려다오~', '어릴 적 꿈은 가수였지!' 어르신들의 캐리커처와 옆에 적힌 소박하고 순수한 꿈과 소망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기울어진 담장과 삐걱거리는 낡은 철문, 마당 빨랫줄에 널린 할머니 몸배 바지까지…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오래된 집과 골목 사이를 채우고 있다. 처음엔 고왔을 파스텔 빛깔이 지금은 조금 바래졌지만 멈추지 않고 흐르는 세월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정겹다. 이곳을 걸으며 만난 한 어르신께서 "오랫동안 안양의 서쪽을 지켜온 이 호현마을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씀하신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한 바퀴 다 도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김춘수 시인의 '꽃'과 맞닥뜨린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의 구절처럼 이곳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불리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