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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시장에서 예술하기, 보충대리 공간 '스톤앤워터'
원문보기: https://blog.naver.com/fisherkino/224334428000
fisherkino ・ 2026. 7. 2. 18:06
안양시 석수시장 프로젝트 (글 박찬응), 출처 : 안양시사(2025년 일부 발췌)
*박찬응은 스톤앤워터 1대 대표임.
석수시장은 3,000여 평의 대지에 ㅁ자 형태로 지은 상가 건축물로, 상가는 140여 개 의 소형 점포로 구성되어 있다. 광장을 동서 방향으로 가르는 소방도로가 지나고 남북 방향으로 광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형성되어 있다.
동편 진입로 방향에 포장마 차 촌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철거되어 공터로 남아 있다.
석수시장은 개장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큰 변화 없이 쇠락해가고 있었다.
필자의 화실1 가까이 석수시장이 있었지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고 있었다.
2000년 8월, 유럽 9개국 22개 도시의 마을·광장·골목·시장 등을 탐방하고 다니다가 오스트리아 훈더트바서(Hundert wasser)의 쿤스트하우스를 방문하였을 때, 석수시장 의 빈 점포들에 다양한 예술가가 입주하고 광장에서 축제가 열리는 꿈을 꾸었다.
‘한갓 꿈일지라도 함께 꾸면 또 다른 현실의 시작’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석수동으로로 돌아와 작업실을 전시장을 꾸몄다. 그리고 독일에 살던 류병학 큐레이터가 기획한 『리빙퍼니 처』’2 전을 유치하면서 ‘석수시장에서 예술하기’가 시작되었다.
아래의 사진은 1979년 석수시장 개장식에 국민의례를 하는 장면과 축하공연 장면을 합성해서 2009년 석수시장에 출품한 필자의 작품이다. ‘시장에서 예술하기’는 외줄타 기처럼 위태롭고 경이로운 사건들로 이어졌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야기는 2002년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의 설립부터 2016년 석수아트프로젝트 종료까지, 석수시장에서 진행된 예술 프로젝트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석수시장에서 일어난 모든 예술활동(전시, 교육, 워크숍, 축제)을 다루지는 않음을 밝혀 둔다.
석수시장 프로젝트
1)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2001년, 석수시장 북쪽 출입구 맞은편 상가동 2층을 재임대해서 새로운 예술공간으 로 개조하는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2년 6월 15일,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Supplement space Stone& Water)’라 이름 붙여 문을 열었다.
“스톤앤워터(Stone & Water)는 보충대리공간(supplement space)입니다.”로 시작하는 설립취지문은 7개 항으로 구성하였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기존의 전시공간(미술관·화랑·갤러리·대안공간)을 보충·대리하며 생활 속으로 확장하여, 부재·결손·부족· 손상된 도시환경과 생활 조건을 보수·보완·보충·대리 하는 적극적 예술공간이다.
- 스톤앤워터는 석수(石水)의 영어식 표기이고, 풍수(風 水)·산수(山水)와 같은 맥락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생활 속의 예술공간을 꿈꾼다.
- 나이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숨은 작가를 발굴하여 조명하고 육성한다.
- 대중 속에서 새로운 유통시장을 열어 작가는 작업 활동에만 전념케 한다.
- 사회 분야별·부문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 운 미술운동으로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 지역사회에 산재한 제반 문제를 미술의 영역에서 대 안을 제시하고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 기록과 보존을 전제로 한 출판 유통, 문화상품 개발 등으로 자족적인 경제기반을 마련한다.
이 취지문에서는 스톤앤워터가 일상과 동떨어진 고급 예술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함께 호흡하며 생활 속에서 예술을 실천하려는 공간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예술공간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대리하며, 기존 주류 미술계나 일반적인 대안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임을 알리고 있다.
개관전으로 열린 『리빙퍼니처』에 이어서, 『재건축 프로젝트-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동, 안양의 명당 석수동』이 열렸다.
2003년에는 『새로운 희망』·『생경-익숙하게 낯선 풍경』·『상상도서관』· 『리바이벌』 전시가,
2004년에는 『안양천 프로젝트-FLOW』 전시가 열렸다. 계속해서
2005년의 『석수시장프로젝트-오픈 더 도어』,
2006년의 『석수시장프로젝트-가가호호』 로 전시가 이어졌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작가와 미술 애호가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 며, 스톤앤워터 보충대리공간은 ‘시장통 미술관’ 혹은 ‘상상의 미술관’3‘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2) 유영(遊泳)하기
2007년 벽두에 만안뉴타운사업이 발표되면서 30년 정주의 꿈이 허망하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짧으면 5년, 길면 10년 후에 현재의 마을과 시장과 골목이 완전히 사라 지고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 도시를 그린 만안 뉴타운 조감도를 보며 석수동 주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을 만들기나 재래시장 활성화를 운운하는 것은 불편하게 되었다. 30년 정주 프로젝트는 포기하고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 일시적으로만 활용하는, ’유영하는 프로젝트’로 전환을 요구받은 셈이다.
『2007 석수시장프로젝트 :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실천하는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국제 작가 플랫폼에 참여작가 모집공고를 냈을 때 의외로 그 반응은 뜨거웠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2008년 『석수아트프로젝트-SAP』,
2009년 『석수아트프로젝트 SAP-ARIA』로 이어지며 안양 석수시장의 처지와 상황이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타전되며 『석수시장에서의 예술하기』라는 단행본을 출판하였다.
생선가게와 옷가게 사이에 예술가의 작업실이 자리 잡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온 예술가들은 서로 낯설어하면서도 석수시 장 내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협력하면서 사라질 시장 공동체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인들과 주민들 입에서 ‘예술’이니 ‘프로젝트’니 하는 용어가 쉽게 흘러나왔다.
예 술가와 상인과 주민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별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이슈와 생 각들이 시장 골목 사이로 흐르며 새로운 예술이 피어났다.
‘석수아트프로젝트(Seoksu Art Project)’의 약자인 ‘삽(SAP)’은 재개발의 굴착기에 맞서는‘삽질’로 상징화되면서 ‘시장에서 예술하기(Doing ART in the market)’라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되 었다.
석수시장에서 행해진 예술프로 젝트가 정부에서 주도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프로그램 ‘문전성시’의 효시 가 되어 전국적인 현상을 일으켰다.
또한 만안뉴타운사업의 포클레인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서 ‘삽질’ 이 되었다.
3) 만안하세요?!
2010년에는 안양시 주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석수예술프로젝트(SAP)를 합동으로 진행하였다.
이를 계기로 2010 SAP의 주제어인 ‘만안하세요?!’가 석수시장 을 넘어서 만안구로 확장되며, 만안뉴타운사업에 대한 공론화에 불을 붙였고 결국에는 뉴타운사업을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결과로, 석수시장과 새로운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빈 점포 여러 개를 연결한 석수예술터미널-샛(SAT)이 만들어졌다.
스코틀랜드의 켈트어에서 ‘만안’은 ‘새로운 시작’·‘아침’·‘기회’라는 뜻을 가진다.
2011년엔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 『2011 SAP 만안의 기억-오래된 미래』가 개최되었다.
2012년에는 스톤앤워터 10주년을 맞이하여 석수시장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이 동지애로 참여하는 전시회가 열렸고, 광주와 안양을 연결하는 대규모의 국제 행위예술제 『2012 SAP-동지애, 증폭 네트워크』가 열렸다.
석수시장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통한 공간이 마련되어 새로운 시작을 알렸으나 2년의 무상 임대기간이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 12월에 석수예술터미널-샛(SAT)의 운영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4) 창조적으로 서식하기
2012년을 끝으로 필자가 이끌던 스톤앤워터는 막을 내렸다. 대표가 바뀌고 운영체제 나 추진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었다.
*블로거 첨언 : 1대 대표 박찬응에서 2대 대표 위창완 체제로 전환
2012년 이후에는 「블랙마켓」11, 「불나방」12 등으로 석수시장을 창조적 서식지로 만들려는 새로운 시도가 다양하게 이어졌다.
2012년 이 후, 석수시장 주변 지역의 다세대주택들이 재건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안, 침체 일로의 석수시장은 전에 없던 활기로 이어졌다. 석수예술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블랙 마켓’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다가 2016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견뎌낸 석수시장은 2024년 현재 활황의 시장이 되었다.
같은 시기에 석수시장에서 창조적 서식지를 꿈꾸던 예술가들은 조금씩 그 자리를 내어주며 그 꿈의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스톤앤워터는 석수시장 82호·91호·89호·49호로 옮겨 다니다
2022년 5월 석수동 318-1번지의 빌라 지하에 공간(HABITAT)을 마련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헤비타트 출입문(1층), 이 문을 통해 지하1층으로 진입하게 된다.
헤비타트는 (2022. 5. ~ 2026. 5.)까지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존속했으며 기능상으로는 2022. 5.~ 2026. 1.까지 안양중앙시장 도시재생 청년Lab 체제로 전환(이사)함에 따라 추억 속으로 남게 되었다.
2023년 4월 헤비타트 전경
*블로거 첨언 : 석수동 318-1번지 지하1층 헤비타트는 이후 안양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결합되면서
장소를 안양중앙시장(냉천로 197, 3층) 청년LAB으로 이동(2026년 1월 21일부터)하여
중앙시장 중심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장에서 예술하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블로거 첨언 : 끝나지 않았다. 위창완 대표 체제로 스톤앤워터는 도시재생 청년예술인협동조합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여 재래시장에서 예술하기라는 아트 무브먼트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석수시장 골목 여기저기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흔적들만 무심히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2. ‘시장에서 예술하기’의 시작과 석수시장프로젝트
1) 리빙퍼니처
2002년 스톤앤워터 개관 기념으로 6월 16일~8월 16에 『리빙퍼니처(Living Furniture)』 전이 열렸다.
당시 독일에 거주하던 독립 큐레이터 류병학의 기획으로 열린 이 전시에는, 미술작가·패션 디자이너·공예가·비디오 아티스트·작곡가 등 총 2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였고,
20여 평의 작은 공간이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류병학은 “냉장고와 화장품을 제외한 집안의 모든 것이 작품”이라며 “특히 '건강과 행복'을 주제로 한 풍수 실내장식을 재현했으며 색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옹기·도자기 등 무공해 식기로 건강하고 행복 한 삶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말하였다.
전시를 위해 조성된 20여 평 공간 안의 소파, 테이블, 벽에 걸린 그림들, 액자, 시계, 페이퍼나이프, 필통 등 온갖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옷장에 들 어있는 옷과 장신구도 모두 작품이었 다.
TV에서는 비디오 아티스트의 작 품이 재생되었고, 이 전시회를 위해 작곡한 주제음악이 흘러나왔다. 공간을 완벽한 주거공간으로 실현하기 위해 미스코리아 출신 설수진이 전시공간의 주인으로 참여하였다.
옷장과 옷 2002년 『리빙퍼니처』 장 안에 소품으로 넣은 드레스·티셔츠·가방·속옷 등과 서랍장 안의 화려한 장신구까지 모두 참여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으로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였다. 거실의 소파·테이블·쿠션, 부엌의 도자기·옹기·유리 그릇과 수저, 욕실과 화장실까지 풍수를 따져 설치된 작품 이었다. 이 전시를 통해, 석수시장 어귀에 설립된 스톤앤워터는 갤러리나 대안공간이라는 말 대신 ‘대리보충 공간’ 혹은 ‘시장통 미술관’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2) 재건축 프로젝트
『리빙퍼니처』에 이은 전시는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동, 안양의 명당 석수동』 이었다. '재건축'을 예술의 시각에서 조망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시였다.
참여작가들은 '공간 특성'과 '재활용'을 전제로, 작업실에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현장(잠실주 공아파트 4단지)에서 수집한 재료들로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하였다.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동, 안양의 명당 석수동』은 원래 아파트 안과 밖에서 전시하기로 기획 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아파트 전시가 무산되고 잠실주공아파트 4단지 내에 있는 송전초등학교와 안양의 스톤앤워터에서 나누어 전시하게 되었다.
송전초등학교 전시는 공간 특성에 맞게 주로 학생들을 표적으로 작품이 제작 전시되는 반면, 스톤앤워터 에서는 애초의 기획대로 잠실주공아파트를 '재현'하는 것으로 전시 내용이 구성되었다.
스톤앤워터에서 재건축되는 잠실주공아파트를 보충대리한 셈이 된다. 당시 전시에 참여 한 류병학의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스톤앤워터는 양자택일(대안공간)이 아닌 보충-대리 공간(supplement space)이다. 스톤앤워터는 무 엇을 보충하고 무엇을 대리하는가? 스톤앤워터는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동, 안양의 명당 석수 동』에 재건축 프로젝트를 보충하고 잠실주공아파트를 대리한다. 재건축 프로젝트는 원래 전시 장소였 던 아파트 사용을 보이콧 당하자, 스톤앤워터는 그 아파트를 대리한다. 따라서 스톤앤워터는 재건축 프 로젝트 전시공간을 보충하고 잠실 아파트 공간을 대리한 셈이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새집(설수진의 원룸)이었던 스톤앤워터가 이번엔 곧 철거의 위기에 처해있는 헌 집(재건축 아파트)으로 변신했다. 스 톤앤워터 박찬응 관장은 잠실주공아파트 4단지를 방문하여 17평형의 아파트 내부의 크기를 재서 스톤 앤워터 전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 칸막이 제작에서부터 철제 현관문, 우체통, 신발장, 베란다 창문, 장 롱, 책상과 의자, 식탁과 의자, 싱크대, TV와 바둑판, 병풍 등 잠실주공아파트 4단지에서 수집한 물건 들로 도배 당했다. 한 마디로 잠실주공아파트는 스톤앤워터로 이사한 셈이다. 물론 그 이사는 앞에서 언급했던 '재현'이지만, 그 재현은 전시장에 설치된 70명의 작가 작품들과 혼합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건되었다.
3)새로운 희망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2003년 전시지원 공모를 통해, 『새로운 희망』(희망 시장 기획, 강영민 책임기획), 『생경, 익숙하게 낯선 풍경』(21c AGG 기획, 변득수 책임 기획), 『상상력을 주는 책』(권자연·채진숙외 15명), 『welcome to 작업실』(박소정·송동 하·허민희 공동기획), 『PAINTER : GINI'S REALM』(박수영·백숙희·윤종은 공동기획) 등 6개의 기획전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작품 가운데 2003년 첫 번째 프로젝트로 『새로 운 희망』은 오래된 재래시장(안양의 석수시장)과 갓 태어난 예술시장(홍대 앞 놀이터의 희망시장)의 만남을 생활 속에 예술을 담으려는 작가와 젊은이들의 다양한 삶과 작품 그 리고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특히 이 전시에서는 작품과 상품 간의 네트워크를 갖는 재래시장 상인과 물물교환 이벤트,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인 서울 홍대 앞에서 안양 석 수시장까지 오는 전철 안에서 퍼포먼스 시도, 관객과 작가 간 네트워크인 방명록 전시회, 생활과 예술 간 네트워크인 상품 판매 등 다양한 미술 실험이 있었다.
4)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FLOW
2004년 9월 18일 새벽부터 억수같이 퍼붓던 빗줄기가 개막식 시간에 맞추어 활짝 개었다.
그날의 청명한 파란 하늘과 신선한 공기와 투명한 햇살에 빛나는 풀잎과 맑은 물줄기를 잊을 수가 없다. 삼덕제 지 공장 터에서 울려 퍼지던 관현 악에 맞추어 저녁 하늘로 날아오르 던 모형 비행기와 비행기에서 수신 된 영상이 공장 벽을 수놓던 그 날 을 잊을 수가 없다. 관람객으로 참여했던 에스토니아 작가들의 퍼포먼스 또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연현마을에서 펼쳐졌던 개막 퍼포먼스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었다.
김명신·홍석화는 얼음 조각 작품을 가지고 관객 참여 퍼포먼스 진행하였다.
짚으로 만든 2004년 『안양천프로젝트-FLOW』의 개막 퍼포먼스에 사용한 얼음 작품 (안양시청 역사·포토갤러리 제공) 간(제웅)이 직사각형의 얼음 조각 속에 있었다.
아홉 개의 얼음 조각 가운데 8개는 하나 둘씩 참여 관객에 의해 차례로 안양천에 던져졌다. 하나하나가 안양천에 '풍덩' 하고 빠 지는 순간마다 관객은 박수와 환호를 질렀다. 얼음 조각이 안양천을 흘러 한강과 만나 서해로 떠내려가는 전체 과정을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얼음이 서서히 녹으면 그 안에 갇혀있던 제웅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하나의 얼음 조각은 안양천에 던져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녹도록 설치되었다.
'흐르다' 라는 주제와 염원을 전달하는 매우 흥미로운 조각 퍼포먼스로 작품보다는 개념이 중시되는 작업으로 보였다.
안양천프로젝트는 1960년대 플럭서스(Fluxus)가 표방했던 유체적 상상력을 바탕 으로 기획되었다. “물은 흘러야 하는 것처럼, 예술도 흘러야 한다.” 행사의 주제어인 2004년 『안양천프로젝트-FLOW』 ‘flow’는 ‘흐르다’는 의미의 영어 동사이면서, F(식물)·L(대지)·O(사물)·W(벽)의 예술적 상상력을 유발하는 요소들로 분절화되었다.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백기영은 프로젝트 서문에서 “이 분절된 조형 요소들을 매개하는 것은 예술의 독자성이 가지는 자율적인 힘 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숨 쉬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생동감이다. 이 프로 젝트는 예술가들을 안양천에 위치 지우고 일상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흔들어 깨울 것이다.”라고 하였다.
『안양천프로젝트-FLOW』로 명명된 실험적 프로젝트에서는, 광의적 ‘환경 (environment)’ 개념을 지역(local)·장소(site)·공간(space)으로 분류하고, 80여 명의 작가를 스톤앤워터와 석수시장·안양천·폐공장 등으로 초대하여 그 지역·장소·공간으로 유발되는 상상력을 작품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물론 그 장소적 상상력에는 사회적·역사적·생태적 맥락 등을 반영하여야 했다.
당시 참여한 작가 이명훈은 “우리는 가시적인 미술 작품 속에 비가시적인 요소들, 맥락들이 발화될 수 있는 작품을 기대했다. 발화되는 미술이란 우리가 그동안 시각이라는 감각 범주, 고전적인 미적 범주에 갇혀있던 미술의 경계들을 허무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 과 일상의 경계, 자연과 도시의 경계, 심지어 도시와 도시의 경계까지도 넘어서게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2005년에 ‘APAP 2005’란 타이틀로 국제공공미술프로젝트가 추진되었고, 비엔날레 에서 트리엔날레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2004년의 안양천프로젝트는 안양을 공공미술의 도시로 표방하게 된 계기이자 전국의 하천을 예술로 새롭게 조망하는 원천이 되었다.
2004년 안양천에서 진행한 모든 작품과 행위, 추진과정 등은 상세하게 기술되어 『2004 안양천 프로젝트 보고서』(아침미디어, 2005)로 발간되었다.
5) 교육이 예술이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진흥법」 제정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과 사회영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스톤앤워터는 2005년에 지역사회와 학교 를 연결하는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12월 13일~23일에 한 해 동안 수행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플러스 2%! 교육 예술 DBHS』 결과 보고 전시회 『나, 너, 우리 그리고 함께… 展』을 개최하였다.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는 여러 해 동안의 공공예술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 인 조사와 연구, 운영, 평가 과정을 거쳐 사업의 지속성·연계성·확산성을 검증하며 지역 을 기반으로 3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학교 교육이나 가정교육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2%를 예술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 것으로, 예술가·교사·교육전문 가·지역 문화공간이 협력하여 실행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예술 프로그램이었다.
2005년에 개발된 기본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하고 새로운 연구를 통해 2007년까지 지속하였다.
「우리 동네 프로젝트」는 석수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수업으로, 나와 내 주변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와 일 상의 공간을 관찰하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넓은 사회(공적 영역)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상 속 경험이 어떻게 문화예술의 영 역과 연결될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학생들이 평소 익숙하게 다니는 동네를 직접 탐방하며, 프로타주(frottage) 기법을 활용한 이미지 채집, 이웃 주민 인터뷰를 통한 정보 수집, 주의 깊은 관찰 활동 등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모은 자료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대형 마을 지도 등 의 동네 아카이브 전시를 하였다. 「유비쿼터스」는 박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진행한 수업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 게 자신과 주변을 이용하여 문화예술을 실현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수업은 자신의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관찰하고, 결과물로 드러 나지 않아도 의미 있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체험을 통 해 학생들은 각자의 미적 취향을 형성하고, 예술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기 를 수 있었다. 또한 그리기와 만들기 중심으로 이루어져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컸던 기존 미술교육의 틀을 벗어나,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열린 미술교 육을 지향하였다.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와 감각의 활성화, 심리적 개방을 위해 요가 수업과 병행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오른쪽 뇌의 창의적 사고와 오감을 활용한 관찰·표현 방식을 중심으 로 진행되었다. 촉각·미각 드로잉, 텍스트를 읽고 상상하여 인물 그리기, 종이비행기 날 리기로 ‘보이지 않는 선’ 표현하기, 몸으로 소리 만들기, 동물의 시선으로 사진 찍기 등 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몸과 감각을 통해 예술을 체험하 고, 그 결과로 감각과 상상력, 예술적 접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지구입양프로젝트」 수업은 『지구를 입양하다』(2003)라는 책에서 제목과 아이디어 를 가져와, 안양중학교 1학년 생태반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1990년 대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았다. 수업은 ‘나와 주변을 관찰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이를 통해 학 생들이 자신과 사회에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 방안 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는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조사가 함께 이루어지 며, 학생들은 거시적인 시선뿐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에서도 자신이 속한 사회를 관찰하 고 분석하게 된다. 학습은 자기 주도적 방식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정하고 자발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은 실제 생 활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은 거리·연못·녹지공원·하천 등을 ‘입양 (adoption)’하여 오염물질 배출을 감 시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낙서를 지 우며, 벽화를 그리고, 나무와 꽃을 심 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또한 지역의 이웃을 돕는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일 「지구입양프로젝트」 수업(스톤앤워터 제공) 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체험하였다. ‘낯선 관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익숙한 환경을 새 롭게 바라보고, 일상 속 대상을 호기심과 비판적 시선으로 다시 인식하도록 유도되었다. ‘입양’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 아들이고 돌보며 변화를 끌어내는 적극적인 참여 방식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은 상상력, 기획력, 자금 조달, 인내심, 책임감, 조사 능력, 표현력 등을 키웠다. 전시에 서는 학생들이 작성한 「지구입양계획서」, 모형 작품, 그리고 활동 영상으로 기록된 실천 과정이 함께 공개되어, 배움과 예술, 실천이 결합된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짱으로 재미있는 현대예술」은 동시대 예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직접 접하고 체험함으로써, 그들의 생각과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 램이다. 이 수업은 입시 중심의 미술교육에서 부족했던 문화예술적 정서와 감수성을 보 완하고, 현대예술과 현대사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험을 통해 배우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사회인으로서의 예술 감상 능 력을 기를 수 있었다. 수업은 동시대 예술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매체와 재료에 대한 개관, 강의와 실습을 병행한 퍼포먼스, 일상 속 매체인 휴대폰을 활용한 게임 형식의 발견과 놀이 활동, 생활 속 미디어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환하는 실습, 신체를 활용한 오브제 작품 제작을 통한 살아있는 현대예술의 흐름의 체험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직접 구상 한, 휴대폰을 이용한 아날로그적 게임 방식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상상의 미술관 체험」은 2005년 5월 14일~6월 15일 석수시장에서 이루어진 『석수 시장프로젝트』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석수초등학교 5학년 전체 학생과 해오름공부방 아이들이 참가하여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풍경과 시장 속 곳곳에 숨어있는 미술을 찾아내고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수업이었다. 일차적으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이 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상상의 미술관’을 짓게 하였 다.
상상력이 풍부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재래시장은 하나의 작은 세계이며 놀이터이며 미술관이 된 것이다.
6) 석수시장프로젝트 : 문을 열어! 그리고 가가호호
2005년의 『문을 열어!』는 본격적인 석수시장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시장 골목과 빈 점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던 광장까지 예술가들이 점령했던 그때의 시대정신을 느 낄 수 있는 보도자료가 있어 여기 옮겨적는다. 재래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단지 경제적 관점만으로 보지 않고 문화적 관점으로도 보자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이 앞장서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을까? 「석수시장프로젝트」는 이 고민 의 흔적이 역력하다. 주제부터 "open the door!"로 정했다.
빈 점포를 예술가들이 임대해 한시적이나마 문화공간으로 재 오픈 하겠다는 것이다.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아트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동네극장이 들어서는가 하면, 아이들 놀이방이 만들어지고, 밴드공연, 마임, 시 낭송 등 다양한 이벤트가 주말 마다 이루어지는 다방도 문을 연다. 뿐 만 아니라 「시장갤러리」, 「동네갤러리」 가 「스톤앤워터」와 더불어 전시공간이 확충되고, 석수시장의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이뿐이 아니다. 시장 곳곳에 예술가들의 작 업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약 50여 명에 이르는 예술가들에 의해 석수시장이 거 대한 예술시장, 상상의 미술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2006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 『가가호호』라는 제목으로 석수시장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스톤앤워터공공예술기획위원이었던 큐레이터 이명훈 의 글 「세상과 새롭게 대화하기 위해 생활 속으로 예술이 찾아갑니다」를 통해 석수시장 과 삶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읽을 수 있다.
석수시장 프로젝트는 예술의 일상성, 지역성, 공공성을 중심 화두로 삼아 석수시장을 대상으로 일상 삶 의 풍경, 지역, 공간을 탐색하고 예술적 보충과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공동체적 미덕 이 차츰 상실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재래시장의 침체문제는 거대자본의 영토적 확장에 따른 서민경제의 몰락이라는 문제의식에 앞서 근본적으로 전통문화와 지역문화, 서민의 문화를 담지하고 있는 지역의 열 린 문화공간의 상실이라는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작년 프로젝트에서 언급한 바 있다. (중략) 개인이란 고립된 존재가 아닌 관계를 맺는 소통적 존재이기 때문에 개인과 공동체(사회)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에서 공공미술을 실험하는 석수시장프로젝트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양자의 상호 소통과 상호접속을 중요하게 다루어 보고자 했다.
<오픈 더 도어 open the door!>를 내걸고 시장의 빈 점포들이 어떻게 예술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지난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석수시장을 하나의 상상의 미술관으로 개념화시키고자 하였다.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갖다 놓은 것을 다시 돌려주면서 일상의 공간을 통째로 ‘미술관’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예술과 일상을 구별 짓고 있는 경계선을 흐리게 만들고자 했다. 올해는 <가가호호>를 타 이틀로 예술이 어떻게 일상의 수다꺼리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예술과 일상이 어떻게 결 합되고 교환, 소통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험해 보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예술이 들 어가 숨는 것이 아니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일상을 거리로, 광장으로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개념에서 포스터 이미지가 나오게 되었다).
말 걸기를 통한 공공의 추억, 혹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상호 소통과 상호참조적인 작업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렇게 두 번의 석수시장프로젝트를 통해 스톤앤워터 취지문에서 밝힐 수 없었던 석수시장에 위치한 이유와 목적이 드러났다.
2005~2006년 석수시장은 예술가들과 주 민들과 상인들이 함께 떠들썩했던 예술 난장이었다.
3. ‘시장’ 프로젝트에서 ‘아트’ 프로젝트로 전환
석수시장프로젝트는 ‘30년 정주(定住)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2007년에 ‘만안뉴타운사업’이 발표되면서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 다는 위기감에서 목표를 수정하게 되었고, 국제 레지던시 사업으로 전환하여 석수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만안뉴타운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 에서, 석수시장에 머무를 수 있는 동안 시간과 공간을 유영(遊泳)하듯 자유롭게, 임시적 이고 일시적인 방식으로 예술가들을 시장 안에 입주시켜 놀아보자는 자포자기의 심정 으로 시도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흥미로운 결과가 이어지면서, 석수시장 프로젝트는 점차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마침내 ‘석수아트프로젝트(SAP, Seoksu Art Project)’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었다.
1) 2007 오픈 스튜디오
스톤앤워터는 AFI(국제작가포럼)와 경기문화재단의 공공미술 지원사업을 통해 2007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2007 석수시장프로젝트–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안양천과 석수시장 일대에서 개최하였다.
이 사업은 재래시장과 지역공동체의 위기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미시공동체의 자생성과 공동 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마을 만들기 실험이었다.
스톤앤워터는 석수시장 내의 빈 점포 8곳을 작가들의 개인 작업실로 탈바꿈시켜 창작 활동의 공간으로 제공하고, 안양천과 시장 일대를 전시공간으로 확장하였다. 국내외 공모를 통해 뉴욕·오클랜드·베를린·파리 등에서 온 국외 작가 4명과 국내 작가 4명을 선발하고, 국외 작가에게는 항공료와 숙소·월 30만 원의 체재비를, 국내 작가에게는 동일 한 금액의 활동비를 지원하였다.
사업 초기에는 공간의 열악함과 예산 부족으로 실행이 어려웠다. AFI 2007의 지원을 받아 빈 점포를 임대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다세대주택을 공동 숙소로 마련하는 등 작가 들이 스스로 공간을 정비하며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 때로는 상인이 점포 계약을 원하면 즉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도 있었지만, 작가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갔다.
프랑스의 패트릭 잠봉(Patrick Jambon)은 더운 작업실을 수영장으로 바꾸었고,
권승찬은 반경 500m 내에서 들을 수 있는 동네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였다.
미국의 타 마라 구베르낫(Tamara Gubernat)과 김선애는 석수시장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했으며,
진시우는 상인들의 노래를 녹음해 음반으로 제작해 나누어주었다.
뉴질랜드의 닉 스프랏(Nick Spratt)과 로렌 윈스톤 (Lauren Winstone)은 시장의 평상에서 영감을 얻어 장판으로 만든 가구를 동네 사람 들과 공유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작가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작가들은 낯선 시장 속에서 공동 체와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체험하였다. 레지던시의 마지막에는 작가들의 연구 기록, 리서치 자료, 영상, 토론 내용을 정리한 2007년 『오픈 스튜디오』 전시가 열렸다. 또한 ‘미시공동체 문화운동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워크숍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재래시장에서 처음 시도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 램으로, 낡은 시장을 예술적 상상력의 무대로 변모시킨 공공예술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2) 2008 삽질하기
석수아트프로젝트는 2008년에 영문 표기인 ‘Seoksu Art Project’의 앞 글자를 딴 약칭 ‘SAP’으로 공식화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예술 행동을 촉발시켰다. 영어 단어로서 ‘SAP’은 수액·활력·원기, 군사용어 참호, 동사형으로 서서히 무너뜨리다 혹은 약화시키 다의 뜻을 가진다. ‘SAP’의 한글식 발음 표기인 ‘삽’은 일반적으로 땅을 파고 흙을 뜨는 데 사용하는 연장을 말한다.
뉴욕, 베를린, 동경, 오클랜드, 바르셀로나, 서울, 안양의 작가들이 8월에서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석수시장 빈 점포에 입주하여 창작 활동을 펼쳤다. 세계 각 지역의 작가들이 수평적으로 만나 상상력과 언어가 충돌하고 웃음과 유머로 교류하는 장으로 석수시장이 활용되었다.
만안교에서 삼성산으로, 안양천 에서 한강으로, 골목과 골목으로 삶의 물줄기를 타고 미끄러지듯 흐르며 다양성과 다원성, 공공성과 지 역성이 통섭된 ‘우정의 축제’였다. 또한 기존의 관습으로 경계 지어진 예술과 생활 사이의 둑을 허물어 삶 속에서 피어나는 문화예술의 꽃(공공예술, 공동체예술, 교육예술)이 풍성한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 의 습지를 조성하려는 ‘우정의 삽질’이었다.(박찬응)
2008년도에는 입주 작가들에게 공동의 창작공간과 홈스테이를 통한 숙소가 제공되 었다. 또한, 해외 작가와 교류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 8월 1일 일본 ‘토리데아 트프로젝트’(TAP) 작가 3명이 석수시장에 입주하였다.
카메라(Yamanaka Camera) 는 주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과 참여를 유도하여 ‘석수수월래’라는 축제를 만들었다.
수미 (Kanazawa Sumi)는 DMZ 안에 있을 법한 비밀의 정원 ‘38가든’을 빈 점포에 실현하 여 많은 관람객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이사오(Suzuki Isao)는 부산에서 석수시장까지 9일간 자전거를 타고 오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뉴질랜드에서 온 윌리엄 수(William Hsu)는 ‘기억으로 재생되는 종이블록 워크숍’ 을 통해, 1970년대 수암천의 삼덕제지 슬러지재활용 방식을 재현함으로써 과거를 복원하였고, 이를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 과 특별 강의로 연결하였다.
스페인 작가 루 이스(Luis Fernandez Pons)와 자스미나 (Jasmina Llobet)는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토끼·닭·거북이·물고기 등을 위한 ‘애니멀 타워’를 제안하였다.
스페인대사관은 문화 교류 협약서를 작성하고 제작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버마 출신의 일레인(Elaine Tin Nyo)은 ‘김치·막걸리·젓갈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준비하는 전 과정이 아리랑TV를 통해 세계 각국에 20여 분간 방영되었다.
2008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주민과 함께 한 행사였다. 특히, 「석수동네傳 - 석수예술 展」은 동네의 숨은 예술가 발굴 프로젝트로, 2008년 『삽질하기』 개인의 취미가 열린 공간으로 나온 의미 있는 전시였다. 10월 26일 폐막식과 주민 장기 자랑도 주민들의 성금과 음식 협찬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3) 2009 석수아트프로젝트 SAP-ARIA
2009년 6월 1일~8월 30일에 열린 석수아트프로젝트는 ‘SAP’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인 안양(Artists Residency in Anyang)’의 약자인 ‘ARIA’를 추가하여 ‘SAP-ARIA’로 진 행하였다.
ARIA(아리아)는 오페라에서 기악 반주가 있는 서정적인 독창을 지칭하는 동시에, ‘Activism, Revival, Interact, Art in lif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이다.
여기서 중심개념을 내포하는 것은, ‘안양’, ‘행동주의’, ‘생활 속의 예술’을 지칭하는 ‘A’이다.
2009 석수아트프로젝트는 공동체 생활 기반의 국제 예술 레지던시로 운영되었다. 작가들의 스튜디오와 숙소를 하나의 공간으로 단일화하여 함께 생활하고 창작하도록 하였 으며, 국내 작가들은 미리 독립공간에 입주해 단기 체류 외국 작가들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국제워크캠프(IWO)와 협력하여 주말 워크캠프와 국제자원봉사단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를 통해 예술가·주민·자원봉사자 간의 협력과 상호적인 공동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였다.
2009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작가 숙소, 스튜디오, 식당, 단기 자원봉 사자 숙소, 샤워장 등 모든 생활 공 간을 석수시장 내의 빈 점포를 개조 해 활용한 최초의 사례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이었기 때문 에 시설은 매우 열악했고, 작가들은 자원봉사자와 주민의 도움을 받아 직접 환경을 정비하며 생활환경을 스스로 개선하는 예술 행위를 실천해 나갔다.
무더운 여름과 장마철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 협력하며 프로젝트를 이어갔지만,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과 어려움도 있었다. 도중에 하차하는 작가와 자원봉사자도 생겼다. 다행히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고, 1,0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석수엽서展」과 만안교 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마쳤다.
그야말로 삽(SAP)과 아리아(ARIA)가 만나 새롭고 풍부한 콘텐츠가 만들어진 한 해가 되었다.
특히
크리스토프 (Christophe Doucet)가 제작한 「삽(Sap)」은 석수시장을 밝히는 랜드마크가 되었고, 그의 「바빌론(Babylon)」이 라는 공중 정원은 주민들에게 나누어져 자라고 있다.
김성수 작가의 「움직이는 미술관 (Moving museum)」은 안양예술공원 ‘블루몬테’에 재설치 되어서 많은 사람의 포토존 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바와 엘비스(Iva Kovac & Elvis Krstulovic) 그리고 알리시아 (Alicia Grullon)가 발행한 뉴스페이퍼와 소책자는 뉴욕과 자그레브와 안양을 연결하는 예술매체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2007년~2009년 3년의 프로젝트 전 과정을 수록한 책 『시장에서 예술하기』 와 다큐멘터리 영화 『sap:jil(삽:질)』이 만들어졌다.
두 작업은 소셜아트컴퍼니 ‘싹 (SAC)’20이 사회적기업 사업개발지원비로 제작하였다.
젊은 영화감독 최고은이 만든 『sap:jil(삽:질)』은 2009 석수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한 예 술가 8명의 100일을 기록한 영화이다.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다양한 해프닝이 경쾌한 음악과 유머러스한 편집으로 어우러졌다.
『sap:jil(삽:질)』은 석수아트프로젝트에 대한 전 방위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2009년 석수아트프로젝트 국제워크캠프 자원봉사대
2009년 석수아트프로젝트 참여작가 크리스토프 두세의 삽 퍼포먼스
4. ‘만안’과 ‘기억’이라는 키워드
1) 2010 만안하세요?!
2010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스톤앤워터가 자리한 석수시장이 만안구 뉴타운 사업지 구에 포함되면서 만안뉴타운사업이 초래할 변화와 개발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그리고 이를 통해 제기된 이 지역의 도시적 생태와 삶의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또한,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전개하였다.
국내외 예술가와 지역 공동체와 함께 도시 생태와 재생의 맥락에서 만안구 서북부 지역을 재조 명하고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관주도형 사업과 민간 주도형 사업이 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있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 이 걸렸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3년에 한 번 열리는 트리엔날레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고,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석수시장과 안양천을 기반하여 매년 국내외 작가들이 들고 나면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2010 석수아트프로젝트의 주제어 ‘만안하세요?!’는 안양시 구도심인 만안구가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개발 사업에 노출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공론화되는 개발 담론에 대 항하여 우리의 삶이 진정으로 ‘만안(萬安)했었나?, 만안한가?, 만안할 것인가?’를 되묻기 위한 개념이다.
‘만안하세요?’는 ‘안녕하세요?’의 극존칭격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문구이지만, 만안구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매우 깊고 특별한 질문일 수 있다. 만안 뉴타운 개발 지역을 5개월 동안 매주 답사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삶의 모습을 낯선 시선 으로 바라보고 예술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결합할 수 있는지 고민하였다.
2010년 『만안하세요?!』 이러한 지역 답사를 토대로 20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와 학생·상인·주민이 협력하여, 석수시장 주변의 마 을과 안양천 주변의 공간을 상호 연 결하는 축제를 만들어 갔다.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와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상호 협업하면서도 각 프로 젝트의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였다.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자체적으로 ‘열린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며 지역주민뿐 아니라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가이드와 매개자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측은 수시로 컨퍼런스와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석수아트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을 독려하거나 행정적으로 지원하였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석수아트프로젝트의 협업 을 계기로, 석수시장은 세계 각 지역과 예술적으로 연결되는 문화적 터미널이자, 예술가 와 주민을 이어주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석수아트터미널(SAT)’의 비전을 품게 되었다.
2) 2011 만안의 기억, 오래된 미래
2011년 10월 1일 오후 5시 석수시장에 만들어진 빈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스님들로 이루어진 밴드의 공연과
스페인에서 온 아낙 & 모노페로(anek & monoperro)가 석수신령을 땅에 묻는 퍼포먼스, 그리고 주민들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2011 석수아트프로젝트의 개막식을 장식하였다.
곧바로 석수시장 곳곳에 산재한 작가들의 작업실과 작품들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가게와 가게 사이에 놓인 작업실과 작품들 사이로 걷다 보면 이색적인 저녁 풍경이 저물어간다. 시간과 공간 사이 유영하듯 많 은 관람객이 움직였다. 프로젝트 전 기간에 걸쳐 작가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듯 없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만만한 영화제와 신바람 축제가 안양천 다리 밑에서 벌어졌다. 지역의 기업과 단체들의 협력과 후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협력 예술의 모습이다.
처음으로 시도한 방글라데시,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파견했던 추천 작가들의 레지던시 결과전은 9월 20일 청주에 연초 제조창 창고에서 별도로 전시되었다.
이렇게 2011 석수아트프로젝트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22 2007년 ‘미시 공동체를 위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석수아트프로젝트는 2011년까지 5년 동안 쉼없이 추진되었다.
2007년 시도한 미미한 출발은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언론은 "죽어가는 시장에 국내외 작가들이 입주해서 창작촌을 형성하다"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만안뉴타운사업이 공포되면서부터 30년 정주 프로젝트 로 기획된 마을만들기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시작된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지역주의 운동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뉴타운개발 계획은 포기되었다.
2010년 석수아프프로젝트 참여작가 마크 빈센트 코시코의 시장 상인 초상화 2010년 진행된 2010 석수아트프로젝트 『만안하세요?!』는 우리가 삶을 잘 살아왔는지 앞으로의 괜찮을 만안구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되묻는 의미에서 설정된 제목이다.
그러한 결과 위에서 치러진 2011년 석수아트프로젝트는 한 번 더 깊은 탐사를 시도하였 다. 만안에 잠재되어 있는 기억들을 다시 꺼내 우리가 바라는 ‘만안한 세상’을, ‘오래된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주제 아래 ARIA 국제 레지던시, AAL 아시아 작가 교환 레지던시, 기억을 배달하는 협력예술 프로젝트-새 모자를 부탁해!, 2011 경기 아티스트 프로젝트GYA 그리고 교육예술프로그램을 하나로 엮어 폭발시키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전체를 총괄한 예술감독은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을 내놓았다.
3) 2012 동지애, 증폭네트워크
스톤앤워터 10주년 기념 전시 포스터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드로잉 담벼락』은 그동안 스톤앤워터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와 기획자 118명이 함께 만든 전시였다.
이 전시는 2012년 6월 15일~7월 15일에 열렸다. 2012년 초부터 5개월간 1,000 여명의 국내외 참여작가와 기획자들을 접촉하여 33개국의 333명으로부터 주소를 받았고 모두에게 영구보존용 중성지 2장씩을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작가들은 5월 초부터 우편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드로잉을 보내왔다. 6월 15일 개관기념일에 오픈한 전시회 는 7월 15일 종료까지 계속 작품을 접수하여 전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메모리 얼 드로잉 담벼락’을 중심으로 스톤앤워터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서적·포스터 등의 출판물을 비롯한 자료들이 석수아트터미널-샛(SAT)24에서 전시되었다.
스톤앤워 터나 석수시장에 대한 그리움과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드로잉들이 샛(SAT)의 벽을 장식하였다.
4) 광주와 안양을 잇는 행위예술제(2012)
2012년 9월 광주의 국제 미디어 퍼포먼스 Art Festival과 석수아트프로젝트가 공동으로 행위예술제를 개최하였다.
광주비엔날레 개막일에 광주에서의 행위를 시작으로 스 톤앤워터 입주작가의 광주 국제행위예술제 참여와 광주 참여작가들의 석수아트프로젝 트 참여로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국제 행위예술제였다.
9개국의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 는 국제 문화교류의 플랫폼으로 행위예술이라는 소통 매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관객 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였다. 이 기획은 오래전 전주 남문시장에서 박찬응 감독과 김광철 감독이 만나면서 논의되 었고, 2011년 겨울 석수시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인 ‘동지애’와 ‘증폭 네트워크’를 각각 제안하면서 ‘동지애; 증폭네트워크’라는 주제어가 만들어졌다.
두 감독은 꿈을 잃고 정체된 일상의 공간을 예술로 뒤흔들어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했다. 그들은 광주와 안양 의 골목골목에서 펼쳐지는 행동과 행위예술을 통해 일상을 축제로 바꾸는 장면, 즉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그리고자 하였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 ‘빛 고을’로 명명되고 안양은 불교에서 말하는 서방정토로 풀이된다. 민주화의 성지는 과거의 것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고, 서방정토 안양은 이 룰 수 없는 허울뿐인 유토피아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동시대 현실의 삶이 존재한다. 광주와 안양을 상호 침투하며 헤엄치기, 끼어들기, 삽입하기, 통과하기, 훔쳐보기, 찔러보기, 뒤집어 보기 등 다양한 삽질을 통해 진부한 일상을 전유하는 예술제를 꿈꾸었다.
2012년 9 월 6일~16일에 광주와 안양 에서 진행된 국제 행위예술 제의 안양 석수시장 행사는 9월 13일~16일 4일간 지속 되었다.
2012년 안양 광주 작가교류 국제행위예술제 이러한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만안뉴타운사업이 무산되면서 석수시장의 후원을 받아 2011년 말 석수시장 내 여러 점포를 통합해 ‘석수아트터미널(SAT)’이라는 본격적인 예술 공간을 마련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2012년 스톤앤워터는 석수아트터미널 개관과 함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메모리얼 드로잉 월』을 개최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주제 로 한 컨퍼런스를 열어 향후 10년간 석수시장을 국제적인 아트터미널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석수아트터미널은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를 유치하며 활기를 띠었고, 같은 해 9월에는 광주와 안양을 연결하는 국제 행위예술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당시 필자는 작가와 기획자로서 삶을 병행하며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년 간의 무상임대 기간이 종료되고 재계약을 진행하면서 석수시장 상인과 같은 수준의 임대계약을 제시받았기 때문이다.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고, 결국 석수아트터미널은 2012년 12 월 30일 문을 닫게 되었다. 이로써 SAT는 짧지만 강렬했던 실험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예술과 지역, 기억이 교차했던 상징적인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5. 스톤앤워터의 세대교체 : 창조적 서식지와 블랙마켓
2012년에 개관 10주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스톤앤워터 초대 관장 박찬응이 물러나고, 2013년부터는 위창완 작가가 대표직을 맡았다.
위창완은 ‘창조적 서식지’와 ‘경제적 자생력’을 목표로 석수시장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좀 더 자율적인 예술 활동 환경을 확장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제도화되어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서식지(Habitat)’ 라 는 개념을 도입하고, 석수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진행하였다.
2013 석 수아트프로젝트를 석수시장 입주작가와 외부 참여작가의 협력으로 ‘블랙마켓’이라는 타 이틀과 컨셉으로 일일 예술제를 진행하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석수아트 프로젝트는 ‘블랙마켓’을 중심 개념으로 펼쳐졌다.
2016년은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 젝트에 포함되었다.
다음은 2014 석수아트프로젝트 『블랙마켓』에 대한 내용이다.
관제 기관에서 건 ‘풍기문란 단속기간’ 현수막과 <블랙마켓>에서 건 ‘석수2동 삐딱하게 살기 남·여 회원 모집’ 현수막이 길을 따라 나란히 붙어 있다. 유흥가 길거리에 흩뿌려 져있는 명함판 성매매 전단에서 착 안한 작업이 시장 한편에 나뒹군다. 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무대’ 앞에서 ‘진짜’ 흑산도 홍어 주인 정효진의 홍어가 등장하고 유려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파전집에 블랙마켓 지폐 를 드리면 막걸리와 파전이 나온다. 핸드폰이 널린 시대에 스탭들은 무전기로 진지하게 상황 보고를 주 고받는다. 시장에 자리한 예술가들은 강박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려고 하기보단 자연스럽다.
한 작가(장하나)는 자신의 실제 이력서를 배치하고 자신의 이력서를 표절했다고 보는 몇몇 사례를 나란히 놓으며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다 길에 서서 얘기하고 청취한다. 타투이 스트(김동민)는 문신을 하고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그림> 점포에는 하얀 캔버스와 텅 빈 좌대만이 놓 여 있다. ‘진짜 삶’과 ‘가짜 예술’과 같은 식상한 이분법의 패착이 이곳에서는 노곤해진다.
2013년 블랙마켓 페스티벌 렛의 참여작가들의 컨셉을 읽다 보니 ‘우리는 석수시장의 보통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2015년부터 석수시장에서는 ‘예술가 자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석수 예술가 서식지'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단지 작가들의 생계를 작업이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주도하는 예술가들이 지역의 문화공동체 ‘창조적 서식지(Creative Habitat)'의 조성을 통한 새로운 사회적 공생관계를 만들어나가는 활동이다.
스톤앤워터가 만드는 ‘창조적 서식지'는 공간을 물리적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 주하며, 지역 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장·단기적 작업을 제안한다.
또한 작업의 결과 산출까지의 기간 및 시간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주변 환경에 스며드는 생활 속의 예술 활동을 유도하고 레지던시의 개념이 확장된 예술 생태계이다.
2016년에는 석수시장의 빈 점포 중 5곳을 예술가들의 작업실 공간으로 사용하였고, 두 곳의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였다. 많은 작가가 이곳에서 활동했고 다시 스톤앤워터 의 참여를 도모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위창완은 실질적인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과 창조적 서식지 개념으로 물리적 공간 에 한정하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추진되지 않았다.
스톤앤워터의 대표가 교체된 이후 ’석수시장에서 예술하기‘의 흐름이 변하였다.
다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다. 전과 후의 행사 역량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때 참여작가 들은 ‘예술가’로 보였다. 분명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시장에서의 소통을 고민했고 상인들과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목소리가 분명했고 평가가 냉철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명징했다.
그 후 몇 명의 작가 들에게서는 다양한 전시 소식이 들려왔고 석수시장에서만큼 어느 곳에서나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 을 이어나가고 있으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2014년 <블랙마켓>에서는? 분명 이곳에서 나는 작가들을 만났다. 얘기도 나눠보고 밥도 나눠 먹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는 시장에 예술로 자리지킴, 자리 고수, 공간 확장, 예술의 의미 확장과 같은 종교적으로 보일 정도로의 임무 완수에 대한 무게감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이들에겐 시장이 편안해 보였다. 그것이 큰 포부이건, 작은 의지이건 예술로 어딘가를 변화시키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이들 중 남을 사람은 남고 또 떠날 사람을 떠날테다.
예술로 시장을 고수한다는 발상은 얼마나 선도적인가. 그런 점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블랙 마켓>의 기획 의도가 새삼 남다르다. ‘그냥 시장이었는데’, ‘그냥 시장이 되었다’ 사이에 자유롭게 써내 려간 단편소설을 일별한 기분이다.
나가는 글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과 석수동을 오가는 전지 작가의 그림
이 글을 쓰는 내내 20여 년 동안 석수시장에서 벌어진 예술 행위에 관한 방대한 자료 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며 오래된 기억들이 샘솟듯 하였다.
자료의 한계 는 없다. 단 자료가 충분함에도 지면의 제약으로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폐기된 자료들이 있다. 특히 필자가 석수시장을 떠나 있었던 2013년 이후의 자료들은 흩어진 자료들을 모아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스톤앤워터의 예술가들은 석수시장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블로거 첨언 :
2022. 5. ~ 2026. 5. 석수동 318-1번지 지하1층 헤비타트 운영
2026. 1. ~ 2027. 12. 안양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결합되면서 안양중앙시장(냉천로 197, 3층) 청년LAB으로 이동(2026년 1월 21일부터)하여 중앙시장 중심의 아트갤러리 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스톤앤워터가 처음 시작된 석수동 286-15번지 2층 공간은 이제 필자의 아카이브이자 창작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톤앤워터는 석수시장 의 틀을 벗어나 활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지금은 석수시장 안에 예술가들의 공간이 남아 있지 않지만, 석수시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터전을 내어주며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동안 석수시장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예술 활동의 기록과 그로부터 파생된 작업들 은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며, 공공예술의 도시 안양의 정체성과 가치를 알리는 중요 한 기록이다. 이러한 자료들이 훼손되거나 잊히지 않도록, 공공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리 와 보존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석수시장은 다른 재래시장에 없는 중앙 광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활용 되고 있으나 주차장으로만 쓰이기엔 너무 아까운 장소이다. 언젠가 그 광장에서 다시 한 번 주민과 예술가와 상인들이 만나 축제의 마당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불가능한 꿈도 함께 꾸면 또 다른 현실이 된다는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마친다.
참고 자료
류병학, 『리빙퍼니처』, 아침미디어, 2002.
류병학,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잠실동 안양의 명당 석수동』, 아침미디어, 2002.
안양천프로젝트 운영위원회, 『안양천 프로젝트-FLO』, 아침미디어, 2005.
석수예술프로젝트 실행위원회, 『시장에서 예술하기』, 아침미디어, 2009.
2010 석수예술프로젝트 실행위원회, 『만안 하세요?!』, 아침미디어, 2010.
2011 석수예술프로젝트 실행위원회, 『만안의 기억, 오래된 미래』, 아침미디어, 2011.
박찬응 공저, 『미술전시 기획자들의 12가지 이야기』, 한길아트, 2005.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 『2005 교육예술 프로그램 연구실행보고서』, 2006.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 『2006 교육예술 프로그램 연구실행보고서』, 2007.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 『2007 교육예술 프로그램 연구실행보고서』, 2008.
스톤앤워터 홈페이지(https://stonenwater.tistory.com/).
네오룩(www.NEOLOOK.com).
톡톡 커뮤니티와 아트(https://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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