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진기록/골목풍경

[20250329]이삿철, 골목에서 발견되는 옛 혼수품 자개장

안양똑딱이 2025. 3. 28. 21:58

 

2025.03.26/ #도시기록 #안양 #골목 #자개장 #이사철 / 안양 원도심인 만안구 동네 골목을 지나다보면 이사철을 맞아 버려진 가구, 액자 등 각종 페기물들을 보게된다. 오늘은 안양6동 골목에서 자개장을 만났다. 자개장은 오래전 시집갈때 혼수로 가져가던 귀한 가구였다. 버려진 자개장 그림이 아주 정밀한 고급제품은 아니지만 장롱 문짝에 그림들이 곱다.

 

전통사회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회 전반이 급격하게 변화하였고 혼례의 절차와 형식을 비롯해 혼수 품목의 구성 역시 빠르게 바뀌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동안 혼수품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은 단연 자개장이었고, 당시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가 소유했던 자개장은 남다른 매력으로 그 시절 집안의 분위기를 멋스럽게 이끌었다.

 

자개장은 이제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종종 마주하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까지 귀한 혼수품으로 크게 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안방에 자리했다. 한때는 가정집 혼수 필수품이자 부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에게 꿈의 물건이었지만 주거 환경이 점차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고, 가구의 유행도 생활공간에 맞춰 변화하면서 급격하게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전국적인 자개장 광풍이라 할 만큼 자개장이 유행하던 그 시절, 안방 벽 한쪽을 빼곡하게 채웠던 자개장롱과 더불어 삼층장, 문갑, 화장대를 세트로 맞춤 제작하기 위해 자개장 계1를 들었던 것은 우리네 어머니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으리라.

 

꽃과 나비, 새를 수놓은 듯 반짝거리는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 채워진 자개장롱은 이불과 옷가지뿐 아니라 귀한 물건을 보관하는 ‘보물창고’였다. 또  어린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숨던 장소이면서 이불 더미속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신나는 놀이 공간이었다. 한 집안의 소중한 추억을 담고 흐릿해진 기억 속에 머무는 물건이 되어버린 자개장롱. 그 시절 그 많던 자개장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한편 한국인에게 자개장롱이란 그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한국 특유의 정서를 간직한 가구다. 누군가에게는 할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은 기억을, 누군가에게는 엄마의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별나고 특별한 물건이다. 새로운 유행에 떠밀리고 골목길에 버려지며 거리의 흉물이 되어 세월 속에 사라져버린 자개장이 최근 카페, 식당, 미용실 등 우리 현실 속에 등장하고 예술작품으로 활용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반짝이는 자개 장식 가구 혹은 가구의 일부를 뜯어내 장식으로 쓰이는 여러 형태의 자개 기물들은 오래된 사진 속에서도 반짝임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오묘한 빛을 머금고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오고 있으니 자개장의 화려한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