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안양가축위생시험소 관사에 살던 시절 (내 살던곳은) 새 책은 으레 제목부터 훑게 된다. 낫, 문고개, 농막, 지게, 방죽 , 뚝새풀, 장구배미 촌석, 돌확 . 글 제목만 보아도 두메산골이 떠오르고 뚝배기 장맛 같은 어느 작가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온다. 도배도 안 된 흙집에 가마솥 보리밥하며 달래 냉이 쑥 된장에 보리깜부기.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고 채 여물지도 않은 수수가지랑 콩 가지를 꺾어 잿불에 구어 먹었다던 아릿한 추억들. 나는 그러한 정감 어린 목가적인 추억이 없다. 작가의 고향을 구수한 된장찌개로 표현한다면 그 시절의 안양은 아마도 당시 ‘존슨탕’이라 불리던 부대찌개 쯤 될게다. 도시도 아니고 두메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서 양념에 따라 나날이 달라지는 바로 그런 이질적인 맛이 꼭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