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학교에‘안양학’이 개설되고 지역의 기관장이 초빙강사로 강단에 선다.
최대호 안양시장과 박노준 안양대 총장이 25일 안양시청사 접견실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지역사회 진흥 발전을 위해 ‘안양학’공동개발에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이를 교환했다.
‘안양학’은 일제 강점기 당시부터 해방전후와 한국전쟁 혼란기, 4·19, 산업화와 공업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총 망라, 안양의 어제와 오늘을 고찰해 미래를 조명해 보기 위한 학문이다.
이날 협약에 따라 안양대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안양학’을 3학점 교양과목으로 개설한다.
총 15주차로 진행되는 가운데 안양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전문가와 기업인 등이 강단에 올라 특강도 할 예정이다.
양 기관은 또‘안양학’관련 콘텐츠 개발과 활용, 교류협력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 등에 있어서도 손을 잡는다.
한편 오늘의 안양을 있게 한 깊은 내면 세계를 파헤쳐 보고자 하는 시도는 20년 전 이른바 ‘안양학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안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학문적으로 답하려는 시도다. 안양학은 어느 특정 분야에 속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안양의 역사적, 문화적 진면목을 살리기 위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학술 활동의 총칭이다.
안양학연구소는 민선2기 신중대 시장 시절인 2000년 1월 26일 성결대 행정학과 문원식 교수가 성결대의 설립 인가 및 신중대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안양시의 예산 지원을 발판 삼아 안양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정립하고 체계화하며 더 나아가 안양시의 바람직 한 미래상을 정립하는데 목적을 두고 출범했다. 당시 안양학연구소는 발기인 총회(2월 15일), 연구소 관계자 간담회(5월 15일)를 거쳐, 6월 9일에는 안양문예회관 국제회의실에서 30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안양학연구소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부대행사로 진행된 15점의 안양고지도를 발굴하여 개최한 '안양고지도전'도 눈길을 끌었다.
9월 5일부터 10월 12일까지는 안양YWCA와 공동으로 40시간의 안양역사문화강좌를 개최하고, 2001년에는 봄, 가을 두 번의 학술대회를 비롯해
‘안양학논총’과 ‘안양시 문화산업실태분석’, '관보로 본 안양근대사' ‘기사로 본 안양근대사’ 등 자료집 발간, 학술지 '안양학연구' 발간, 안양시 문화산업 실태조사, 근대안양 100년 사업 기본계획 작성 등의 사업을 펼쳤으나 이후 전폭 지원을 했던 시장의 낙마와 이후 행정권력 교체에 따른 안양학연구소에 대한 관심도가 멀어지고 예산 지원 중단증으로 안양학연구소는 지속력을 갖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유명무실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안양학 연구소(소장 문원식) 자문위원으로는 이상윤(안양문화원장), 정봉수(새 안양회 창립회장), 안현선(전 안양읍장), 변원신(안양시 고충처리위원장), 김재용(고천교회 당회장), 이종만(안양대 교수), 임정조(평통안양지회장), 박유선(자유총연맹안양지부장), 김창진(안양상공회의소회장), 원종면(안양여중교장)씨 등으로 구성되었고 운영위원으로는 김대규(예총안양지부장), 김영호(안양청소년수련원관장), 박원용(만안보건소 소장), 유상현(운석학원 이사장), 윤병섭(안양대 교수), 김광선(성결대 교수), 김생기(성결대 교수), 김용규(성결대 교수), 김인겸(성결대 교수), 남기범(성결대 교수), 문원식(성결대 교수), 신규호(성결대 교수), 이강선(성결대 교수), 조석팔(성결대 교수), 주삼식(성결대 교수)씨가 활동을 했다.
안양학과 지역학문 연구의 허와 실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학문이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1957년 서울 시사편찬위원회가 ‘향토서울’을 창간하면서 돛을 올린 이후 1994년 서울시립대학교에 세계 최초의 수도학 연구소인 서울학연구소가 개설됐다. 서울의 역사, 정치, 지리, 문화, 도시, 건축, 경제, 자연환경, 생활 등의 분야에서 서울의 생성, 성장, 발달 및 변천과정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연구해 하나의 새로운 독자 학문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것이다. 단순히 지역학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총체적으로 밝히는 학문을 목표로 했다.
1995년 본격 지방자치시대의 개막과 함께 특정한 도시의 이름을 붙인 ‘부산학’ ‘인천학’ ‘강릉학’ ‘대전학’ ‘경주학’ ‘안양학’ ‘춘천학’ 등이 생겨났다. 더불어 특정한 지역을 단위로 하는 ‘영남학’ ‘호남학’ ‘경기학’ ‘충북학’ ‘제주학’ ‘강원학’ 등 다양한 지역 학문이 싹을 틔우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1985년 대구지역사회연구회를 기치로 부산지역사회연구회, 호남사회연구회, 전남사회연구회가 1988년부터 차례로 결성되면서 해당 지역사회의 역사 발전과 현안을 화두로 삼았다.
이른바 지방학은 해당 지역내에 위치한 궁궐 및 도성, 미을, 동네, 도시건축물의 개별적인 건설 과정, 연혁, 건설 규모의 고증과 행정제도사의 파악뿐 아니라 점차 도시공간 구조, 도시민의 주체적 행위 등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사, 도시학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도시건축물의 개별적인 건설과정에서 벗어나 도시계획 및 주거지 분화에 따른 공간 확장이나 공간 분화 양상을 주민 삶과 연결해 고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학의 갈 길은 아직 멀다. 관동대 이규태 교수는 “지역이나 도시명을 사용하는 학문이 어떤 유형의 학문이며, 어떠한 학문적 성격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연구돼야 한다는 학문이론이나 연구방법이나 연구범주에 대한 객관적이고 보편화한 학문적 개념과 정의 그리고 이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향토사’와의 경계도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지역문화사를 이르는 향토사란 자연 지리적 공간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공동체의 속성을 강하게 내포한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여 지방학의 연구 목적이나 대상 혹은 범주가 주로 지역사회의 역사문화 전통으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경계하자는 목소리이다. 국제지역 연구는 세계의 다른 국가나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가 내부의 특정 지역에 대한 연구로서 지방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방학의 연구방법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따라서 안양학 연구의 첫걸음은 안양의 정체성 찾기이며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연구의 성격이 강해야 한다. 그렇다면 안양학의 연구 대상은 무엇인가. 공간적으로 행정구역상 안양은 물론 역사적으로 안양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던 과천현(과천시), 시흥현(금천구) 지역공간 모두를 대상에 넣어 연구해야 한다. 시간상으로는 안양의 역사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대상이다. 학문별로는 정치학, 국문학, 사회학, 도시행정, 지리학, 건축학, 도시계획학, 조경학, 생태학, 민속학, 역사학,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연계성도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안양을 구성하고 있고, 구성해 온 모든 요소들이 안양학의 연구 대상이다. 안양의 장소, 사람, 일, 문화를 만들어 내고 변화시키는 도시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혀냄으로써 더 나은 안양의 미래상을 그리는 것이 안양학의 연구 목적이기 때문이다.
안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숨 쉬는 안양의 모든 것이 안양학의 연구 대상이요, 연구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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