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안양시 동명(洞名)을 개칭합시다

안양똑딱이 2016. 6. 30. 15:30
[김대규]안양시 동명(洞名)을 개칭합시다

[2006/02/24 안양시민신문 회장·시인]

 

안양시 동명(洞名)을 개칭합시다

여ㆍ야 정치권에서는 2010년까지 시ㆍ도를 폐지하고, 기초자치단체를 60~70개로 통합하는 ‘지방행정체계개편 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감정의 해소와 지방행정 계층 간의 기능중복성을 단일화시켜 정치적ㆍ행정적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의 본질훼손, 정치집단의 졸속한 추진, 문화전통의 정체성 상실, 광역행정화에 따른 새로운 소지역주의 등장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 들어서는 5ㆍ31 지방선거로 논의 자체가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공론화의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고, 여ㆍ야가 공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안양시의 경우는 이와는 무관하게 인근 군포시ㆍ의왕시와의 ‘3개시 통합론’이 수시로 제기된 바 있었기에 여타 자치단체들과는 그 여건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번 선거로 새로이 당선ㆍ구성되는 3개시의 시장이나 의회는 주민들의 여론이 충분히 반영된 안(案)을 도출하여 한발 먼저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해야 할 것이다.

전국적인 행정체계 개편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겠지만, 법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평소 안양시의 행정구역, 곧 ‘동명(洞名)’을 개칭했으면 하는 소견을 지니고 있었던 터라, 차제에 그 방법론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현재 안양시의 31개 동은 안양1~9동, 분동(分洞)이 된 관양1ㆍ2동, 비산1ㆍ2ㆍ3동, 호계1ㆍ2ㆍ3동, 박달1ㆍ2동, 석수1ㆍ2ㆍ3동과 같은 아라비아 숫자의 서열식과, 갈산ㆍ귀인ㆍ범계ㆍ평촌 등의 자연부락 명칭으로 크게 나뉜다.

동명 개칭의 주안점은 서열식 호칭을 자연부락명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예컨대 안양3동은 ‘양지동(陽智洞)’, 안양4동은 ‘장내동(牆內洞)’, 안양9동은 ‘후두미동(喉頭尾洞)’, 안양8동은 ‘명학동(鳴鶴洞)’ 등으로 하자는 것. 다른 동들도 그에 합당하는 예로부터의 부락명이 다 있을 것이고, 만일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동의 입지에 맞는 이름을 만들면 된다.

원래 한국의 지명은 순 우리말이 한자어로 바뀐 형태를 취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일제(日帝)의 유산이라 해서 거부감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국 곳곳에 ‘양짓말(陽地)’, ‘새텃말(新基)’, ‘새마을(新村)’, ‘찬우물(冷泉)’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을이름이 곧 문화유산인 것이다.

더구나 안양1~9동의 경우, 동명은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면서도, 정작 주민등록증에나 호적관계 공식서류에는 모두가 ‘안양동’으로 표기되고 있다. 편지를 많이 쓰는 나는 주소를 쓸 때마다 시명(市名)을 다시 동명으로 써야 하는 불편함도 적지 않지만, 문우들로부터 동명에 대한 어색함의 반응도 받게 된다.

이와 곁들여 앞으로 더욱 추진될 ‘문화의 거리’ 조성에 있어서도, ‘문화의 거리’라는 획일적인 호칭이 아니라, ‘신필름로’나 ‘항아리골목ㆍ밧데리골목’과 같이 문화적 테마가 상징화된 명칭을 붙였으면 한다. 그리고 기왕에 ‘안양유원지’를 ‘안양예술공원’으로 개칭했다면, 상권(商圈) 미화보다 전시실ㆍ소극장ㆍ연주실ㆍ창작 공방 등이 자연친화적인 시설물로 들어서야 마땅할 것이다.

2006-02-24 17:3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