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안양문화예술발전소

안양똑딱이 2016. 7. 1. 15:58
[김대규]안양문화예술발전소

[2006/03/18]시인

 

‘안양문화예술발전소’

2006년 3월 1일, 안양ㆍ군포ㆍ의왕 지역의 각 예술분야 관계자 33인이 발기인이 되어 ‘안양문화예술발전소’라는 이름의 단체를 발족시켰다. 우선 그 명칭이 자못 흥미롭다. 명칭의 이채로움은 ‘문화예술’에 ‘발전소’라는 말이 합성됐을 때 생긴 이질감에서 온다. 문학에서는 이러한 언어활용을 ‘낯설게 하기’라 부른다.

발기인들의 취지는 흔히 일컫는 ‘문화예술 발전’에 원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일 터. 그러나 그런 일반론보다는 ‘3월 1일’, ‘33인’이라는 출범 일자와 인적 구성의 의도성에서 지역 문화예술을 위한 ‘독립선언적’인 의미가 더 크로즈업된다.

지금까지 참여한 46명의 예술인 명단을 보건대, 회화ㆍ조각ㆍ야외설치ㆍ디자인ㆍ건축ㆍ마술ㆍ음악ㆍ출판홍보ㆍ무용ㆍ연극ㆍ영화ㆍ예술매니아 등, 문학을 제외한 모든 예술 장르가 포함돼 있고, 특히 ‘예술매니아’라는 이색적인 분야가 눈에 띄는데 아마도 무조건 예술이 좋아서 예술에 ‘미친’ 아마츄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필자가 ‘안양문화예술발전소’의 가동 소식을 접하고, 기꺼운 마음 속에 먼저 짚인 것은, 기존의 예총 회원들과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선배된 사람으로서의 기우일 터이지만, 자존심을 유일한 자산으로 삼는 것이 예술가의 속성인지라, 어떤 모임이라도 자신이 제외됐을 때 느끼는 소외감이 누구보다도 큰 것이고, 이는 유능한 회원을 규합시키는 데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되었던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태적인 사안보다 더 본질적인 우려가 있다. 그것은 앞에서 지적한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성이란 관(官)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요, 일체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자생적 자율성 확보를 일컫는 것인데, 정신적인 자율성은 그렇다 해도, 물질적인 자생력, 곧 ‘자가발전’을 위한 회원들의 호주머니 털기가 걱정스럽다는 말이다. 이들의 ‘자가발전’의 원동력은 두 가지밖에 없다.

그 하나는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요, 또 하나는 지역사랑이라는 백의종군의 의지다. 이 두 요소는 수력이나 화력에 비해 ‘핵’의 발전력을 가졌다 할 수 있다. 힘찬 출범의 추진력이 이를 증명한다.

발전소는 전기 에너지로 밤을 밝히고 생산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문화예술발전소’란 문화예술 에너지로 시민생활에 정서적 활력을 불어 넣어, 이를 ‘안양 르네상스’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겠다.

3월 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백남준을 추모하며, 마술ㆍ무용ㆍ연극ㆍ음악ㆍ건축ㆍ실내악’ 등 창립기념 행사의 레퍼토리를 보면, 세계적인 안목으로부터 아마츄어에 이르기까지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취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예술은 개인 행위이되, 그 꽃을 피우는 것은 다중의 힘이다. 뜨거운 예술혼과 지대한 관심이 만날 때 예술은 공동자산이 된다. 예술에 대한 사랑은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한 예술가의 애국이나 애향은 ‘작품’이 최우선의 방법이다.

어느 분야의 활동가이건 ‘지역발전’이니 ‘봉사’니 하는 말을 하기는 쉽다. 특히 선출직 인사들은 입버릇이 돼 있다. 예술가의 작품활동을 통한 봉사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행위임을 ‘안양문화예술발전소’가 실증해 주기를 바란다.

2006-03-19 04:5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