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영부]벽산로의 진실… 안양문화의 현실 8

안양똑딱이 2016. 6. 30. 14:57
[김영부]벽산로의 진실… 안양문화의 현실 8

[2005/09/30]안양민예총 사무국장

대화는 거부되고, 전운은 감돌고…

잔치가 끝나자 안양시의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인식 만안구청장은 두 차례의 형식적 간담회에서 이미 거짓말로 드러난 지중화공사를 핑계로 노점상의 이전을 강요했다.

2004년 11월26일, ‘30일까지 노점을 비우라’는 2차 철거방침 통보문이 날아왔다. 노점상인들은 중앙성당 정영식 주임신부, 안양지역시민연대 최병렬 대표와 본인 등 3인에게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약속과 함께 중재를 요청했다.

중재단은 장인식 구청장을 만났다. 핵심은 ‘대화를 통한 해결과 이전에 따른 준비기간 요구’였다. 장 구청장은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스스로 권한없이 협상에 나왔음을 드러냈다.

최종적으로 중재단은 1년의 이전준비 기간을 제시하며, ‘노점상인들에게 공증을 받고 1년 후 반드시 책임지고 이전토록 하겠다’는 약속과 ‘이전한 노점상인들을 위해 시민사회와 천주교 신자들이 물건 팔아주기 운동을 펼치겠다’는 후속대책까지 제시했다. 안양시가 불신의 벽을 허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장 구청장은 눈을 반짝이며 ‘대단히 좋은 안이다. 시장님께 보고 드리고 오겠다’고 나갔으나 결국 ‘불가하다’는 답이 왔다. 이 와중에도 안양시의 작전은 계획되고 있었다. 12월1일, ‘10일까지 비우라’는 1차 계고장을 보내왔다.

12월15일 오전 10시, 안양지역 문화ㆍ법조ㆍ시민사회ㆍ종교계 지도자 60인은 “벽산로 노점상문제 대화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2월30일까지 비우라’는 내용의 2차 계고장이 날아왔다.

이에 따라 12월22일, ‘벽산로 노점상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촛불기도회’가 시작됐다. “폭력적인 강제철거는 지역사회에 갈등과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주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노점상의 약속을 신뢰하고 호소에 귀 기울여 대화를 통한 평화적 타결의 선례를 만드십시오!” 등의 지극히 이성적이며 평화적인 촉구였다.

하지만 이날 벽산로 입구에 게시한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현수막이 성탄절 사이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9일, 2차 촛불기도회를 가졌다. 이날 노점상 대책위에서 법적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져 중재단은 활동을 중단했다. 법의 판단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04년은 저물어 갔다.

2005-09-30 16: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