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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중초사지 삼층석탑이 보물에서 강등된 사연

안양똑딱이 2023. 8. 17. 17:05

안양중초사지삼층석탑(安養中初寺址三層石塔)은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64호로 소재지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석수동 212-1번지)에 있다.

 

이 석탑은 본래 보물 제5호였다가 1997, 경기유형문화재 제164호로 격하됐다. 문화재청은 일제가 지정한 503건의 문화재를 대상으로 지정 명칭, 등급, 종별 등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보물 제5호가 예술적인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석탑과 함께 있는 보물 제4호인 당간지주(幢竿支柱)에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임을 알리는 명문(銘文)이 있었으나, 이 석탑은 그보다 연대가 훨씬 뒤인 고려 중기 이후의 것으로 추정됐다. 더불어 조형상 우수한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이 석탑은 원래 당간지주에서 동북쪽으로 약 60m 떨어진 지점의 사찰 중심공간으로 추정되는 곳에 넘어져 있었는데, 1960년 유유산업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 세웠다고 한다. 기단부 일부가 파손되고, 2층과 3층의 탑신석이 결실되었으며 상륜부가 남아있지 않지만 나머지 부재들은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기단부는 단층기단으로 지대석은 판석형 석재를 여러 매 결구하여 마련하였으며, 그 위에 각형 2단의 괴임을 두었다. 괴임은 별석(別石)으로 단을 높게 치석하여 고려시대 석탑에서 채용된 수법을 보이고 있다. 면석(面石)4매의 석재를 결구하였는데, 우주(隅柱)는 좁고 낮게 모각(模刻)하였다. 갑석(甲石)2매의 석재를 결구하였는데 하부에 갑석 높이보다 낮은 부연을 마련하고, 상면에도 낮게 탑신괴임을 두었다. 이와 같이 기단부는 단층기단이면서 면석이나 갑석부연 등에서 간략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고려시대 경기도 일대를 중심으로 성행한 석탑의 수법을 보이고 있다.

 

탑신석은 1층만 남아있는데, 기단부나 옥개석의 너비에 비하여 좁게 치석되어 부조화된 인상을 주고 있다. 탑신석의 좌우측에는 우주를 세웠는데 상하폭을 일정하게 모각하였다. 그리고 옥개석은 1층에서 2층까지 남아있는데 전체적으로 비례가 잘 어울리고 있어 삼층석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옥개받침은 1층과 2층은 4단이고, 3층은 규모가 작아지면서 3단으로 치석하였다. 처마부는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전각부가 파손되었지만 살짝 들어올려져 반전(反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낙수면(落水面)은 수평으로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합각부는 각지게 하여 우동(隅棟)을 표현하였다. 옥개석 상부에는 좁아지는 형태로 2단의 탑신괴임을 비교적 높게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옥개석은 받침이 다른 석탑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낙수면의 높이도 옥개석의 좌우 너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점은 옥개석을 둔중하게 보이게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간략화된 치석 수법을 보여 고려시대에서도 건립 시기가 그리 올라가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현재까지 중초사지나 석탑과 관련된 구체적인 연혁은 전하지 않지만 삼층석탑은 기단부를 단층으로 결구하였으며, 각각의 부재를 간략하게 치석하였다. 그리고 탑신석의 규모가 갑석이나 옥개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아 부자연스런 인상을 주며, 둔중한 옥개석의 치석 수법 등으로 보아 고려 중기경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물이나 국보에 결번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화재 등 사고로 크게 손실이 된다든지 누군가가 훔쳐가 유실이 된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다. 또한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는 경우 등이 있다. 보물 제44호로 지정됐던 전북의 익산왕궁리5층석탑(益山王宮里五層石塔)1997년에 결번으로 남았다. 하지만 보물 제5호와는 달리 국보 제289호로 승격지정됨에 따라 해제된 경우다. 보물 432호였던 태안마애삼존불 역시 국보 제 307호로 2004년에 승격됐다.

 

 

<국보도록> (1957)에 수록된 중초사지 삼층석탑의 모습이다. 원위치에서 촬영된 것은 분명하나, 1층 옥개석만 남아 있을 뿐이지 석탑의 제모습은 이 당시로서도 이미 거의 망가진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총독부 관보> 1934년 8월 27일자에 고시된 보물 제7호 '중초사삼층석탑(中初寺三層石塔)'의 지정내역에는 그 소재지가 경기도 시흥군 동면 안양리 213번(田)으로 표시하고 있다. 한편 보물 제6호 '중초사당간지주(중초사당간지주)은 그 소재지가 경기도 시흥군 동면 안양리 212번1 (田)으로 표시하고 있어, 애당초 그 위치가 서로 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