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임종순]가축위생시험소 부지·건물과 스캇(Squat=예술점거)

안양똑딱이 2016. 6. 21. 17:01
[임종순]가축위생시험소 부지·건물과 스캇(Squat=예술점거)

[2005/02/04]안양시의원. 의회운영위원장

 

최근 안양8동에 소재한 가축위생시험소 부지의 사용계획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98년 가축위생시험소가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4,145평의 부지에 대한 사용계획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 벌써 4년이 지났지만, 813여평 부지에 안양과학대학에서 지은 벤처빌딩만 들어서 있고, 나머지 부지 3,332평과 건물 5개동 341평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경기도와 안양시, 그리고 시민단체의 접근방법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땅 주인인 경기도는 부지내 건물을 수선해서 도의 사회단체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시는 도유지 무상사용 불가방침에 따라 시 예산으로 매입해서 공원화할 계획이지만 의회에서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단체는 2001년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임창열 지사의 공원화약속을 들어 이의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접하면서 상식적인 얘기(불만)와 다소 돈키호테적인 해결방안을 제안한다.

지금껏 나는 안양시민이면서 경기도민으로 알고 있었는데, 경기도에서 위 부지를 공원화할려면 안양시에 땅을 사라고 했을 때 내가 경기도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을 위한 공원은 안양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만들 의무가 있고 우리 안양시에서 걷어간 세금으로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수원에는 도청을 포함한 도의 산하기관과 문화예술 공간이 즐비한데, 우리 안양에는 세금은 걷어가고 응분의 투자를 한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안양시 관계자분들께도 한마디 한다면, 경기도를 설득해서 공원화 계획에 따른 예산을 도의 예산으로 반영토록 노력해야 함에도, 도에서 무상사용이 어렵다고 하자 232억원을 들여 시 예산으로 매입할 계획을 세우다니, 앞으로 각 동에 지을 주민자치센터나 공원부지도 주민들 보고 갹출해서 조성하라고 할까 두렵다. 따라서 도의 의견대로 부지내 건물을 도에서 활용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사용하자는 얘기는 맞지 않다.

그곳에 입주한 단체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30~50년 된 나무 2백여 그루가 있는 터)을 그들의 책임 하에 두면 주차공간 확보 등 숲의 훼손과 이용에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은 뻔한 이치다.

우리 안양시는 최근 도시기반시설과 각종 건축물들에 대해 획일적 구조에서 벗어나 예술적 가치를 가미한 외형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도시가치를 높이고 이러한 도시기반위에 성숙한 문화예술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함일 것이다.

최근 안양에는 기존의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외곽(?)단체나 개인, 그리고 각종 문화교실과 취미활동 등을 통한 자생적 모임 등을 통해 서울에의 문화적 귀속에서 탈피하기 위한 지역문예부흥을 위한 노력들이 대단하다.

왜 갑자기 공원화 문제에서 문화예술 얘기를 하냐하면, 부지내 건물사용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말하기 위함이다. 가축위생시험소내에 방치된(?) 건물을 활용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지역문예진흥을 위해 노력하는 외부 예술가들에게 창작할 권리와 전시공간으로 활용케 하는 예술스캇(squart.예술점거)이 이곳에서 일어났으면 한다.

스캇은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가난한 도심의 노동자들이 잠 잘 곳을 찾아 빈 건물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고 주거할 권리를 찾기 위해 사회적 모순과 싸워오면서 생긴 ‘주택점거운동’으로 이 운동이 예술가들에게 전이되어 창작할 권리 즉, 예술가들이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예술공간 확보를 위해 유휴공간을 점유해서 활동하는 ‘예술스캇운동’이 일어났으며 유럽에서는 스캇예술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작업실을 갖고 있는 소수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독립적인 공간을 갖기 어렵고, 그로인해 신예의 발굴과 순수한 창작의 영역이 거의 없는 실정으로 이러한 운동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양의 주요 문화예술공간(문예회관과 평촌아트홀…)이 접근성이 용이하거나 눈에 띠는 공간에 없다는 것이 안양문예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공원부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안양8동사무소를 새로 지어주고 그 부지를 헐어서 문예회관과 공원을 연결한다면 어떨까? 문예회관에서 펼쳐진 예술행위 후의 여운이 그곳에서 머물게 한다면… 삶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예술과 시민이 만나는 공간, 그런 한판의 예술지대를 만들면 어떨까?

예술인들은 그곳에서 장르를 벗어난 실험도 하고 때론 시민들과 문화적 담론도 나누는 공간. 유휴공공건물을 활용한 스캇이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2004년 여러 문화예술행사, 특히 안양천프로젝트와 삼덕제지에서의 실험적 전시와 퍼포먼스는 삶의 감흥과 흥을 돋우었다. 이제 그 부지와 건물은 우리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때론 문화적 다양성이 숨쉬는 현장으로 -아마츄어리즘을 실험하고 생산하는 현장과 프로들이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서 작업하고 실력을 펼칠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예술가들에 의해 공공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스캇이 이 지역에서 시도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도와 시에서 이 부지와 건물에 대한 사용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