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2]임효례 사진작가, 군포 둔대리 500년의 기억 선물하다

인구 27만명이 살고 있는 군포시. 대규모 물류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군포시에는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온 이들이 살던 마을 '둔대리'가 있다. 둔대리는 농경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던 군포에 마지막 남은 '시골' 마을인데 공공주택지구로 선정하면서 개발 공사를 앞두고 마을의 모습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때마침 2014년부터 군포 대야동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사진작가 군포시사진작가협회 임효례 회장이 마련한 「사라진 둔대동, 잊혀진 고향, 500년의 기억을 선물하다」라는 주제의 주민과의 만남 자리가 지난 10월 1일 군포 대야도서관에서 열렸다.

둔대리는 사라진 게 아니라,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임 작가는 10여 년 동안 제가 기록해 온 둔대리의 풍경과 사람들이 담긴 8,000여 장의 사진을 주민들과 함께 펼쳐 보았다. 대감마을의 꽃, 복게마을의 보리밭, 안골의 진달래와 오래된 집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이야기까지.
사진을 한 장씩 꺼내놓으니 사라진 것은 집과 논밭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었다. 그래서 기록은 그곳에서 살았던 이들의 추억을 다시금 소환하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묻힙니다.”
임 작가는 “사진은 잘 찍고 못 찍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찍었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만남이 한 사람의 기록에서 끝나지 않고 둔대리의 기억이 주민들의 이야기로, 그리고 새로운 이웃에게도 이어지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둔대리 사진전을 수차례 개최해온 임효례 사진작가는 군포 500년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 대야미를 기록으로 복제하다' 전시회를 주민들과 함께 마련해 오는 10월 20일까지 대야미역에서 대야동 주민자치 위원회 주최, 주관으로 열고 있다.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는 임효례 사진작가가 지난 8년 간 둔대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카메라에 담은 8000여장의 사진으로 구성됐다. 곧 사라질 마을, 경기도 군포시 둔대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라는 점에서 수많은 발걸음과 땀방을이 녹아있음을 알수 있다.
임 작가는 "둔대리는 추억을 소환하는 기억의 장소다"라며 "둔대리는 나의 마음속 고향이며,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으로 논과 밭을 일구며 소소한 행복을 꿈꾸던 소박한 주민들의 맑은 웃음과 삶의 터전을 담기 위해 헤메던 발걸음들은 이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무수히 많은 곳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우리 이웃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표현하는데 관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진전은 땅 몇 마지기로 자식들의 교육을 책임졌고, 검게 그을린 햇볕에 깊게 파인 주름살이 훈장 이냥 달고 다녔을 우리의 이웃들, 고단한 삶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미소가가 득했던 그들이 가야 할 곳이 어딘지를 묻고 있다.
[블로그]
네이버글/ 임효례사진전-대야미를 기록으로 복제하다
https://m.blog.naver.com/foto3570/222491860507
[유튜브]군포 500년 아카이브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
임효례 2021. 9. 7.
https://www.youtube.com/watch?v=_h82DbhTv9k
[임효례 사진작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2020~현재 (사)한국사진작협회 군포지부 지부장
2020~현재 문체부 생활사 아카이빙 기록활동가
2018~현재 군포지역문화 기록 활동가
개인전
2021 대야미를 기록으로 복제하다. 군포문화예술회관
2015 '수리별서:군포8경, 군포문화예술회관
2015 '수리 별서:군포8경. 군포시 의회 로비
2015 '수리별서:군포8경. 군포 골프장 둘레길 상설 전시
기획전
2015 서울사진축제 '당신의 서울을 찾습니다', 시립도서관(구 시청)
2014 A-아트 페어. 유리 상자, 구 서울역 청사
2014 IAM HERE Art - Cluster [별의별1. 공모전프로그램. 전라북도 구청사 일대
2014 제1회 한국다큐멘터리 사진의 달, 유리도시 프로젝트, 갤러리 93-1
2014 PHOTO & TRAVER 2014 . 서울 코엑스 B훈
2013 포토저널리즘 책 기증 , 공간 291
2013 서울사진축제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2013 일반인들의 사진을 통해본 우리 현대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팝업뮤지엄
단체전
2021 인사동 사진상회(토포하우스), 한밭 사진상회(갤러리 탄)
2015 서울뉴욕포토페스티벌, DDP 외 100여호
프로젝트
2019 경기예술활동 지원사업 '우리동네프로젝트'
2014 제1회 대한민국 독서대전. 군포시
2014 사진프로젝트 '나도 사진가다' . 중증장애인시설 양지의집
2013 안양문화재단 예.술.도.가.프로젝트 참여, '다다 예술연구소'
출판
2021 군포 500년 아카이브 프로젝트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 도서출판 하얀나무
2014 수원 화성 3년의 기록, 수원화성사업소 2014 The Second Nest,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











<집·마을·사람에 대한 애틋한 시선>
신경훈(언론인)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는 사진가 임효례가 2014년부터 경기 군포 대야동을 카메라에 담은 연작이다. 이 연작은 아직 한국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경기 군포 둔대리의 정겨운 풍경, 공공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마을의 쓸쓸한 흔적 그리고 그곳에서 일생을 보낸 주민들의 인물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둔대리의 모든 것을 복제한 임효례의 사진들은 기록 자체로서도 의미 있지만, 관람자들에게 ‘집’과 ‘마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사진작품이며 동시에 인문학적 사회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임효례는 작품 촬영을 위해 군포의 작은 마을들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자신의 고향과 비슷한 동네를 맞닥뜨렸다. 수리산 자락의 둔대리였다. 행정구역상 대야동인데 아직도 둔대리란 옛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 가옥들과 논과 밭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은 작가의 고향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웃을 따뜻한 미소로 대하는 둔대리의 어르신들은 고향의 부모님과 친지들을 떠올리게 했다. 임효례는 보이지 않는 무엇에 이끌리듯 그로부터 8년 가까이 둔대리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나갔다. 특히 대야동 일대가 공공주택단지로 지정된 2018년 이후 임효례는 사라질 운명에 처한 그 마을의 흔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사라지는 마을, 둔대리' 연작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로 산업화 이전 우리 농촌의 모습을 지닌 소박한 풍경들이다. 시골집 마당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는 강아지들, 소담하게 핀 철쭉과 기와지붕, 처마 밑에 걸어놓은 빨래 앞에서 고추를 말리는 아낙네, 장독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 항아리 등 1970~80년대 우리나라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작가는 고향을 대하듯 다정한 시선으로 둔대리의 가옥들과 풍경을 담았다. 특히 한국의 소도시와 농촌의 주거형태가 빠르게 아파트단지로 변하고 있는 요즘, 작가가 촬영한 둔대리 풍경은 한국 농경사회의 생활과 문화를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겼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작가의 렌즈는 둔대리에도 찾아온 도시화의 물결과 그로 인해 사라져가는 마을의 모습을 포착했다. 고즈넉했던 둔대리는 어느 순간 아파트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시골 마을을 포위한 아파트단지는 주민들의 체취가 묻어있는 시골집들과 기이한 형태의 공존을 하게 됐다. 더욱이 군포 대야미 공공주택지구가 2018년 승인됐다. 군포 대야동 일대에 50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계획이다.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빈집의 대문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나붙었다. 작가는 아파트와 어색한 조화를 이룬 둔대리의 모습과 개발계획에 사라지는 것들을 꼼꼼하게 촬영했다.
임효례는 또한 둔대리 사람들 개인의 삶과 역사에 주목했다. 둔대리 주민들은 아흔 살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이 많았다. 작가는 주민 각자의 자랑이 될 만한 상장이나 훈장 등을 들게 하거나, 추억이 담긴 주거 공간을 배경으로 어르신들을 촬영했다. 때론 둔대 노인정에서 인물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담은 사진들은 단순한 초상사진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 사람이 오랜 세월 꾸미고 일군 주거 공간은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완성한 생의 기록이다. 그래서 임효례가 찍은 인물과 주거 공간의 사진은 한 사람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전기(傳記)’의 성격을 갖는다.
집과 마을 등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는 인간에게 물리적 환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집은 보기만 해도 안도감이 드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가족을 편안하게 감싸주고 때론 이웃과 소통하는 장소다. 집은 또한 거주자들의 취향과 성품이 반영된 정서적, 문화적 공간이다.
마을도 그렇다. 동네 어귀의 당산나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 야트막한 담장 등 자연과 인공의 구조물은 주민들에게 동질감과 안락함을 준다. 특히 우리의 시골 마을들은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적합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가옥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개인의 평온한 생활을 보장해 준다. 아늑한 마당은 생활과 오락의 공간이고 널찍한 마을 회관은 교류의 중심이다.
아파트는 그 반대다.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이 정확한 규격에 의해 제작된 거대한 건축물 안에 모여 산다. 그래서 거주자들은 나의 사적 영역이 침해될까 두려워한다. 주민들의 교류는 제한적이다. 모여 살기는 하지만 공동체가 아니다. 기능적 편리함과 자산가치만 존재하고 정서와 문화가 배제된 공간이다.
임효례의 작업은 도시와 아파트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마을’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쉽게 버려온 ‘집’과 ‘마을’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증언한다. 임효례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시선으로 둔대리와 그곳의 사람들을 기록했다. 관람자들은 그의 안내를 따라 둔대리의 구석구석과 사계절과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둔대리 같은 시골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공간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삼 기억하게 된다.
또한 임효례의 사진들은 소멸을 앞에 둔 생명과 사물에 대한 찬미의 작업이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진 않았지만, 시골 마을의 넉넉한 자연과 사람들의 온화한 마음 씀씀이는 작가가 고단한 삶을 이겨낸 자양분이었다. 선진국이라 자칭하는 이 시대의 풍요도 소박하고 넓은 농촌의 품에 뿌리를 둔 것이다. 임효례의 작품엔 한국인이 한때 살았던 농촌의 집과 마을과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사라져가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