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신영준]우리 곁의 조용한 이웃들, 위기의 신호에 귀 기울이자!!!

안양똑딱이 2026. 8. 10. 16:09

 

기고갈현동 맹꽁이를 그리워하며

신영준 경인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안양시지속능발전협의회 생태전환분과위원/ 푸른과천환경센터 자연탐사단 단장

이슈게이트 기고글(2026-08-04 12:54:21)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18087

 

한반도에는 약 6만여 종의 자생 생물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그중 282종은 인간의 관심과 보호 없이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출 '절멸'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들과 다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한때 당연하게 우리 곁을 지키던 생명들의 소리가 하나둘 사라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매년 새롭게 지정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은 끊임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한반도 자생 생물은 62,604종이지만, 이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I68, II214종으로 총 282종에 달합니다. 숫자로 표기된 지표 뒤에는 우리 동네의 소중한 이웃이었던 생명들의 아픈 눈물과 헤어짐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 곁의 조용한 이웃들, 위기의 신호

 

땅 위의 마지막 고양이과 맹수인 '(멸종위기 II)'은 한때 밤의 정적을 깨며 관악산 숲속을 유유히 거닐던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농약 살포로 인한 2차 중독, 로드킬,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제 관악산의 삵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강가 자갈밭과 모래톱을 찾던 희귀 텃새 '흰목물떼새(멸종위기 II)' 역시 갯벌 매립과 하천 개발로 갈 곳을 잃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는 것은 양서류인 '맹꽁이(멸종위기 II)'입니다. 지금도 장마철이 되면 과천 전역에서 간간이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평소 땅속에 숨어 있다가 장마철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 맹꽁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과 물이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음을 알리는 생태계의 비상경보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맹꽁이가 머무는 작은 웅덩이를 지켜주는 것이 결국 인간 자신의 환경을 지키는 길입니다.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요?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시 확장과 도로 건설로 생태 통로가 끊겼고, 살충제와 오염물질이 남용되었습니다. 여기에 급격한 기후 위기와 무분별한 밀렵이 더해졌습니다. 결국 인간의 편의와 사적 욕심이 그들의 터전을 빼앗은 것입니다.

 

복원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틔울 수 있습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인간과 야생 생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단 6마리로 시작했던 이 기적은, 현재 8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야생에서 스스로 번식하는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지리산의 포효는 대형 포유류 복원의 시금석이자, 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가 회복될 때 인간도 비로소 안전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수도권의 허파라 불리는 과천과 인근의 주요 생태 거점들은 소중한 생명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관악산, 우면산, 청계산의 삵, 오소리, 까막딱따구리, 새매, 맹꽁이, 그리고 양재천을 찾아온 수달까지이들 모두가 끝까지 우리의 이웃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생태 중심주의(Deep Ecology)로의 근본적 전환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노르웨이의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æss)가 제안한 '심층 생태주의(Deep Ecology)'를 떠올리게 됩니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존엄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

 

심층 생태주의의 이 명제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깊이 반성하게 만듭니다. 지구 생명체의 일원이자 가장 영특한 두뇌를 가진 인간이 이웃 생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통찰을 더하고 싶습니다. 그는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직관적이고 빠른 생각'만으로는 기후 변화나 생물다양성 위기와 같은 거대한 생태적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한 번 더 깊게 고찰하는 '느린 생각'을 통해 자연을 파괴해 온 경제적·기술적·구조적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맹꽁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면 사람도 안전할 수 없어

 

생태계의 건강함은 가장 약한 고리가 견디는 힘에 달려 있습니다. 맹꽁이와 삵, 까막딱따구리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인간 역시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공존의 기적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 관악산이나 청계산의 숲길을 걸을 때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고, 밟지 않고 지나쳐 준 한 포기의 풀꽃과 작은 물웅덩이 하나에서 기적은 시작됩니다. 생명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넘어,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실천하는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