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1]대한민국 생태계 "숲 늘었는데 생명 줄었다" 보고서

우리나라 생태계가 숲은 우거지지만 그 안에 사는 동물과 식물의 다양성은 오히려 줄거나 정체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후위기와 개발이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국내 멸종위기 식물 46종의 서식 가능 면적이 16.2%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가 차원의 첫 공식 조사여서 특히 눈길을 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월 29일 공개한 ‘제1차 국가 생태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태계의 양적 지표는 일부 개선된 반면 기후위기와 개발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실제 생물다양성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산림·농경지·도시·담수·습지 등 5대 생태계를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0년 변화와 2050년까지 향후 30년간의 미래 시나리오를 종합 분석한 것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생태원, 생태학·환경경제학·기후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0여 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작성되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식물종의 서식지 축소다.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멸종위기 식물 46종의 잠재 서식지가 2050년까지 16.2%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북방계 식물 79종의 서식지도 2.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식물종의 감소는 개별 종의 멸종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 구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보고서는 이러한 서식지 감소가 “먹이사슬과 생태계 연결성을 훼손하고 탄소 흡수, 물질 순환 등 생태계 핵심 기능마저 심각하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습지 생태계를 보면 2016년 평균 141.9종이던 식물종 수는 2020년 123.5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조류 종수도 22.7종에서 17.6종으로 감소했다. 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 식물은 평균 1.7종에서 2.9종으로 늘었다. 이는 국내 생태계 내부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수치로만 보면 좋아진 지표도 많다. 산림의 경우 임목축적량은 지난 30년 동안 331% 증가했고, 장령림 비율도 71.5%p 늘었다. 숲이 더 울창해졌다는 뜻이다. 도시 역시 1인당 도시숲 면적이 48.3% 증가했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6㎍/㎥에서 2020년 19㎍/㎥로 개선됐다. 숫자만 보면 국내 생태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생태계가 단순히 면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숲은 늘었지만 산불 발생 건수는 84.4%, 산사태 피해 면적은 71.8%, 불법 산림 훼손 면적은 무려 240.8% 늘었다. 더 상징적인 지표는 탄소흡수량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장기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26.5%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무가 많아져도 기후위기를 막는 기능은 약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농경지는 지난 30년간 전체 면적이 25.8% 줄었고, 논은 38.8% 감소했다. 토양 속 잔류 양분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담수 생태계의 경우 수질은 좋아졌지만 외래 어종이 증가했고 극한호우 발생 횟수는 350% 급증했다.
이러한 수치는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고, 하천 수질 자체는 개선됐지만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생태계의 수질 조절 기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양적 개선 그래프 너머에서 정작 그 생태계를 지탱하는 종 다양성도 이미 침식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한국도 처음으로 자연의 건강 상태를 숫자로 들여다봤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안심이 아니라 경고다. 구조는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생물다양성은 줄고, 기후위기로 인한 압력은 대응 속도보다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생물다양성 지표들은 여전히 자료 없음으로 비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후 2026~2027년 후속보고서를 준비하고 2027년 국가 생태계 평가를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평가에서는 이 빈칸들이 채워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빈칸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종이 조용히 사라졌을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생태계는 식량 안보와 수자원 확보, 기후위기 대응 등 국민 삶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생물다양성 회복과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