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그림책 이야기- 군포 펌프(PUMP) 탄생 비경

안양똑딱이 2018. 12. 28. 17:12

 

두번째 그림책이야기
펌프(PUMP)와 그림책에 얽킨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겠습니다.
#펌프 (Picthrebook Underground Museum Park)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한얼공원내 배수지가 발견되 24년만에 굳게 잠긴 철문이 열리면서 부터입니다.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경기창조오디션에 제안할 장소를 물색 하던 중 시청뒷산 언덕 그라운드골프장 아래 묻혀있던 배수지 (400평짜리 물탱 2기)를 내 눈으로 보는 알타미라와 라스코동굴을 발견한 것처럼 뛰었습니다. 푸르스름한 색으로 빛나는 기둥과 벽체를 본 순간 마치 2400년 전에 묻혀있던 동굴벽화을 발견한 것처럼 환상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울림이 큰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담을까?”를 여러 사람들과 고민하던 중에 동굴벽화로부터 연상되는 인류문화유산이고 전세계, 전세대와 소통는 예술인 그림책을 담자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림책이 왜 인류문화유산이고 전세대, 전세계가 소통하는 예술컨텐츠인가?
인류는 3만년전부터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타미라, 라스코동굴벽화 보다 1500년이나 더 오래된 쇼베동굴 벽화가 최근에 발견되었다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욕망이 손으로 옮겨지고 그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동굴벽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동굴도 아닌데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울산 반구대에 1만년전부터 수천년 동안 겹겹으로 바위에 그림을 새겨 넣었습니다. 그리움은 ‘그림’ 혹은 ‘글’과 그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긁다’를 어미로 둔 자식들이라고 합니다. 바위에 긁으면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는 말인데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류는 그 이후로도 주욱 자신들의 원초적 그리움을 표현하며 그흔적을 후세에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바위에서 나무로 그릇으로 종이로 옮겨지며 무수한 세월이 흘렀고 그 과정에서 엮어서 보존하기위한 책이 발명되어 수천년을 기록보존해 왔고 최근엔 보다 정교하고 엄청난 양을 보존할 수 있는 디지털기억장치- CPU가 개발되고 인공지능의 시대를 열어 제친 것이겠지요. 원초적 그리움의 표현인 그림이고 이것을 엮은 것이 바로 그림책이란 말을 하기 위해 멀리 돌아왔습니다. 반구대의 암각화로부터 우리그림책의 원형을 발견해내고 이후 그림책의 역사를 꾀어 엮어내는 학문적 연구도 필요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소통되는 그림책과 그 자료들(원화등)을 수집, 보존하여 후세에 남기려는 행위가 동굴이나 바위에 새겨 넣으려던 선인류의 원초적 행위와 닿아있습니다.

#그림책은 어떤가치를 추구하나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림책은 평화, 평등, 생명의 존엄함, 자연, 공존등 인류가 지속적으로 지켜온 가치뿐 아니라 상상의 자유, 인간 삶의 다종다양한 정보등을 쉽고 정직하게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착한 심성이 몸에 채득되도록 그림과 글을 어울리게 디자인하여 담아왔습니다. 그림책만의 고유한 특성이지요. 여러 학자들과 연구가들이 그림책의 이 고유한 예술적 특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그림책작가가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을 때, 혹은 글 작가의 좋은 글을 만났을 때, 그것을 그림책으로 구상하여 스케치하고 자료를 찾아 밑그림을 그리고 더미북을 여러번 만들어 수정하며 원화작업에 들어갑니다. 원화작업은 작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1년에서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원화가 출판사로 넘겨지면 출판사에서 디자이너의 손을 걸쳐 글을 앉히는 편집디자인작업을 걸쳐 제작에 들어갑니다. 인쇄과정도 복잡합니다. 원화에 맞는 종이를 선택하고 원화에 버금가는 색교정을 수차래 반복하고 나서 인쇄되어 제본을 거쳐 완성됩니다. 여기서부터 상품으로써의 그림책이 되어 도소매업을 통해 서점 좌대에 놓여지게 되고 독자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누군가에 눈에 띄어 팔려 나간 책들도 있지만 단한번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책꽃이에 파묻혀 있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많이 팔렸다 해서 좋은 책이고 안팔렸다 해서 나쁜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은 동굴벽화처럼 후대에 발견되어 재평가 되기도 합니다. 그림책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장에서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림책은 언제부터 우리지역에서 주목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987년 6월항쟁은 2017년 촛불혁명을 만들어낸 불꼿이 되었습니다. 30년전이야기입니다. 1987년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의 여파로 안양지역에 (당시엔 군포,안양,의왕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여겨 안양지역이라 불렀습니다) ‘그림사랑동우회 우리그림’가 창립되었습니다. 판화반, 사진반, 시민미술학교, 여성미술학교등을를 운영하고 전시활동뿐 아니라 우리그림 신문을 발행하고 벽화를 그리고 걸개그림을 만들어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해나갔습니다. 당시 MBC 아침프로그램인 ‘차인태의 아침싸롱’에도 특별한 기획으로 소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가장 기억나는 또하나의 사건 소개드립니다. ‘우리그림’공간에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10여명이 우리이야기로 된 우리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는 연구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1988년 그들의 다양한 실험들중에 『구름가족이야기』라는 그림책100권이 출판되었습니다. 한자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되어 호치켓으로 제본된 그림책 뒷면에 판권을 보면 옮긴이와 그린이 11명의 이름중 권윤덕, 정승각, 정유정등 현제 활동중인 그림책작가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때에는 그림책 작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유명한 그림책작가들이 되어 있습니다. 이후 1994년 정승각의 창작그림책 『까막나라 삽살이』 출판을 시작으로 권윤덕의 『만이네집』, 이억배의 『솔이의 추석이야기』, 정유정의 『고사리손 요리책』이 동시 출판되고 우리 그림책의 영원한 고전이 된 『강아지똥』이 출판 되었습니다. 이어서 김재홍의 『동강의 아이들』 김혜환의 『한조각, 두조각, 세조각』 등 새로운 창작그림책이 연이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창작활동은 더욱 활발해져서 그림책과 출판계에 다양한 여파를 몰고 와서 대한민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만들어 냅니다. 세계적인 그림책기관에서 주는 상을 여럿 받기도 했고, 최근에는 한,중,일 평화그림책 출판 운동도 주도한바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창작그림책이 세계 각국으로 번역 출판되어 한국의 그림책이 세계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렇게 한지역의 소그룹에서 그림책작가들이 대거 나온 사례는 없습니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시민들의 그림책활동도 왕성해 졌습니다. 군포에 어린이도서연구회가 활동한지 30년이구요.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이 생겨났구요. 시민과 작가와 문화재단이 협력해서 ‘말하는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도 만들어 져 11회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한꼭지 한꼭지 소중한 그림책활동은 별도의 지면들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군포에 그림책박물관 공원 하나쯤 조성되어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그림책 박물관 공원조성과 GTX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