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최병렬]안양 상공은 비행기 '항로' 심장이다

안양똑딱이 2017. 3. 26. 01:23

안양 상공은 비행기 '항로' 심장이다

수원-안양 상공에서 우박과 낙뢰에 맞아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떨어져 나간 비행기 앞부분이 3일째 발견되지 않고 있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경찰청에 사고 부분이 발견되는 대로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행기 사고가 안양 상공에서 발생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저렇게 큰게 안양에 떨어졌다면 안양 사는 사람중 다친사람은? 맞으면 즉사일텐데… 누구 안다쳤나. 어디 떨어졌을까"라며 파손된 부분의 행방에 의문을 나타냈다.

2013년 6월 어느날 오후5시45분께 제주발 김포행 OZ(아시아나) 8942기는 영화속 장면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김포공항을 7∼10 여분 남겨 놓은 안양 남동쪽 부근 상공에서 구름 밑으로 강하하던 중 갑자기 주먹만한 우박과 번쩍거리는 낙뢰가 조종석을 덮쳤기 때문이다.

에어버스 A321 기종으로 승객 200여명을 태운 OZ 8942기는 항공기 앞부분(레이더돔)이 마치 칼에 잘린 두부처럼 떨어져 나가고 자동 비행장치와 자동 출력장치도 작동 불능이며 설상가상으로 조종석 앞 유리창은 깨져 시야마져 제로인 비상 상태에 빠졌다는 것. 다행히 조종석의 신중한 대응과 김포공항 관제소의 치밀하고 정확한 조언, 그리고 기내 승무원과 승객의 침착한 대응이 어우러져 한 사람 부상자도 없이 OZ 8942기는 오후 6시15분 김포공항에 안전 착륙에 성공함으로 구사일생 드라마는 종료될 수 있었다고 한다. OZ 8942기를 조종한 이창호 기장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서 13년간(2500시간) F5 전투기를 비행하고 1997년 3월 아시아나에 입사한 베테랑 조종사로 이 기장과 부기장에게는 조종사의 최고 명예인 '웰던(WELLDONE)' 표창을 수여될 예정이다.

이번 OZ 8942기 사고에 대한 네티즌 등 일반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자 쿠키뉴스는 2013년 6월 11일자 인터넷판에서 '우박맞고 떨어진 여객기 앞부분은 어디로 갔을까'하는 네티즌들의 궁금증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화하는 등 사고 종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떨어져 나간 노즈 레이돔(nose radome)은 비행기 앞쪽 뾰족한 부분으로 기상 레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덮개의 성격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용 레이돔에는 나일론을 바탕으로 한 플라스틱(유리섬유) 재료를 샌드위치 구조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포탈 네이버 기사에 댓글을 올린 네티즌들은 "안양상공이면 도심인데 발견할 사람이 없나" "앞부분은 어디로 떨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없나봅니다. 산속에 떨어졌나? 꽤 크기가 커서 도심에 떨어졌으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등 궁금해 했다. 이에 쿠키뉴스는 11일 항공사고조사위원회 유병설 사무국장과의 통화에서 "노즈 레이돔은 사고가 발생한 수원-안양 중간지점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악천후여서 산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떨어졌을 경우 목격자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인적·재산 피해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안양 상공은 비행기 항로의 광화문 사거리이다. 지상으로 자동차, 사람이 다니기 위해서는 길이 있듯이 하늘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지정된 길(항로)이 정해져 있다. 특히 안양은 비행기 항로의 심장 부분에 해당되는 마치 광화문 사거리 같은 곳으로 안양상공을 오가는 비행기가 많아 꽤 복잡한 지점이다.

안양 관악산 정상위에 설치된 지상항법 유도장비인 ANYANG VOR(VORTAC)이라 부르는 항법무선표지국이 자리해 비행기들이 이를 기준으로 방향을 찾아 들어오거나, 통과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비행기들을 항로 구성을 하게 된다.

VOR이란 VHF Omni-directional Range 라는 뜻으로 VOR 지상국은 360도 전 방향으로 전파를 방사하여 항행하는 항공기에 방위정보를 알려 주는 장비로 하늘의 길목에도 이를 가리키고 유도하는 등대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일종의 "무선국"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VOR은 전파를 발사하는 등대다. 여기서는 주파수 108∼118MHz, 출력 50∼100W의 정현파(正弦波)로 변조한 9,960Hz 전파를 전 방향으로 쉴 사이 없이 발사하고 있어 항공기는 이 신호를 받아 위치를 확인하고 목적지 공항의 방향과 남은 거리 등 정보를 얻게된다. VOR의 주 임무는 항공기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공항의 방위각정보, 즉 방향을 제공하는 시설로 선박으로 치면 항해지도에 해당하는 엔루트챠트(En-route Chart)에 군데군데 VOR의 위치가 표기되어 있다. 제일 서북쪽에 인천공항, 동북쪽에 김포공항이 있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안양(관악산), 오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양 VOR에는 민간항공기를 위한 VHF AM 및 군용기를 위한 UHF AM 송수신기가 10대씩 설치되어 있어 항공기의 위치나 기상상태, 긴급조난에 관련된 정보를 음성이나 데이터통신으로 수신하여 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안양 VOR/TACAN이 설치되어 있는 관악산 상공은 지도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한 가운데에 있고 여러 항로가 만나고 갈라지고 있어 가장 붐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나라 항로의 간선 교차로가 되는데 도로로 치자면 광화문 사거리 정도에 해당한다. 관악산 정상의 안양 VOR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가면 인천공항이나 중국으로, 동쪽으로 가면 강릉, 일본, 미주로 가는 항로가 되고 남쪽으로는 제주, 광주, 동남아, 호주 방면으로 이어지는 항로가 된다. 즉 관악산 상공에는 "항로 사거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항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항로란 사전에서 보면 항공기가 다니는 비행경로로 공중에 설정된 일정한 폭(이를 보호공역이라 한다)을 지닌 통로로 항공로라고도 한다. 중심선 좌우 폭이 최소 4nm(7.4km)씩 이므로 8nm(14.8km)의 띠 모양의 공간이다. 이들 항로에는 군데군데 VOR이 있어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즉 비행기는 VOR 상호간을 연결하는 길을 따라 날게되는데 이를 VOR의 첫 글자를 따서 빅터항로(victor airway)라고 부르며 국내 항공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행기는 항로의 중앙선을 따라 비행하며 동일방향 동일고도를 비행하는 항공기와는 서로 시간차를 두고 같은 방향, 다른 고도의 항공기끼리는 29,000피트 이하에서는 2,000피트 차이를 두어 분리하고 29,000피트 이상에서는 4,000피트 씩 간격차이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