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최병렬]안양1동 진흥아파트의 이승만 대통령 느티나무

안양똑딱이 2017. 3. 23. 23:47

안양1동 진흥아파트에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 식수가 있다

경기 안양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식수(기증)한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22일 오후 마을 탐사길에 찾았다.
나무가 있는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진흥아파트 단지내 8동 3∼4호 입구로 수종은 느티나무, 현재 크기는 밑동 둘레 약 1.6m에 높이 약 20m로 수령은 70~80년 정도로 추정된다.이 나무 바로 옆에는 ‘이승만 대통령 기증식수, 서기 1955년 4월 5일’이라는 백색의 사각철재 표식이 세워져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를 해오고 있으나 정작 아파트 주민들은 이 나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안양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이 나무가 심어졌다는 1955년 당시 이 자리에는 삼흥방직이 자리하고 있었다. 삼흥방직은 1953년 1월 서선하 사장이 설립했다가 1956년 금성방직 김성곤 사장이 인수해 태평방직으로 바뀐 곳으로 안양3동의 금성방직과 함께 안양에서 가장 큰 공장 중 하나였다.
안양에는 수량이 풍부한 안양천과 수질이 좋은 것으로 분석돼 일제 강점기부터 대규모 섬유공장과 제지공장들이 들어섰으며 해방이후인 1950-60년대에는 산업시설들이 줄지어 자리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안양의 공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일이 잦았다.
실제로 국가기록원 자료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이승만 대통령은 안양을 몇차례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10월 17일 이기붕 민의원의장, 내무부장관, 문교부장관, 공보실장 등과 함께 안양을 찾았다. 이는 수도영화사 홍찬 사장이 동양의 헐리우드를 꿈꾸며 안양시 석수동에 마련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영화촬영시설인 안양촬영소(현재 석수2동 아파트와 군부대 자리) 기공식에 참석한 것으로 당시 영상 기록물(대한뉴스 제94호)에는 영화연극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촬영소 모형도를 돌아보는 장면이 담겨있다. 1956년 10월 17일에는 안양3동에 있던 금성방직과 안양4동에 있는 삼덕제지 공장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했다.(대한뉴스 제94호)
그러나 1955년에 안양 삼흥방직(이후 태평방직)을 방문하거나 기념 식수한 기록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느티나무에 이승만 대통령 기증 식수란 표식이 부착됐을까.
“어렸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안양에 온다고 해서 가봤더니, 안양역에서 태평방직까지 흰 광목이 깔렸고 대통령이 그 위를 걸어와 나무를 심는 것을 봤다”며 “그 때 몰려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기념이라며 대통령이 밟고 지나갔던 광목을 조금씩 찢어가기도 했다”
이는 2008년 11월 14일자 안양시민신문에 실린 글로 안양토박이며 아파트 관리계장을 했던 서모(64)씨의 증언이다. 그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진흥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그 나무를 애지중지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서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기증식수가 아닌 방문 기념식수가 되어야 한다.
이에 안양시 문화유산팀 김지석 전문위원에게 확인한 바로는 “1955년 함태영 부총리가 안양 금성방직을 방문했는데 그때 이 대통령 이름으로 기증식수를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이 또한 일자가 맞지를 않는다.
함태영 부총리가 안양을 방문한 것은 1955년 9월 15일로 당시 금성방직 공장을 방문했다. 영상 기록물(대한뉴스 제66호)에는 방직공장의 내부 모습, 일하는 직공들.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작업모습을 살피는 함태영 부통령. 공장을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이 곳을 찾은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원래 나무 옆에는 목재 표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하게 부식돼 2005년에 현재의 철제 표식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 기증식수’로 표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민이 증언과 당시 대통령과 부통령이 대규모 굴뚝공장들이 많았던 안양을 찾았던 기록을 볼 때 이 느티나무는 과거 산업도시로서의 안양의 위상을 증명해주는 역사적 기념물로써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